내일은 지금이 아니다

교복에 대한 단상 2020의 기록

by 리드주

내가 다닌 고등학교의 교복은 꽤나 예쁜 편이었다. 물론 동복만. 티비에서나 봤던 왕 리본이 넥타이 대신 달려있었고, 고등학교의 로고도 어느 드라마 속 귀족 자제분들이 다닌다는 고등학교의 로고와 비슷했다.


그렇게 예쁜 교복을 살 때 난 모든 옷을 한 치수 크게 주문했다. 큰고민 없이 당연히 그렇게 해야한다고 생각했다. 치마는 두 치수나 크게 주문해 주먹이 한개 반 들어갈 정도였다.


그렇게 교복을 크게 주문했던 건 언젠가 주워들었던 한마디 때문이었다.


"고등학교 들어가면 살찐다. 고3때는 공부만 해서 살 엄청 쪄"


아직 오지도 않은 미래에 대한 염려 때문에 나는 그렇게 교복을 모조리 크게 주문했고, 덕분에 바보스러움을 장착한 채 3년을 보냈다.


당연히. 살은 그다지 찌지 않았고(찌긴 했다. 그치만 한 치수를 늘릴만큼은 아니었다) 고등학교 시절 내내 몸에 딱 맞는 어여쁜 교복태를 자랑하는 친구들을 부러워하며 다녔다. 치마가 흘러내리지 않게 하기 위해 옷핀을 이리저리 꼽거나 돌돌 말아 입는 불편함은 덤이었고.


늘 이런 식이다. 미래에 대한 걱정이 나의 지금을 못나게 만든다.


+덧

저번에 동네 미용실에 머리를 하러 갔다. 동생이 '콜라 맛 꿈틀이 젤리'라고 놀리던 머리를 바꾸기 위해서다. 동생의 말마따나 내 머리는 반은 검정이요, 반은 갈색으로 참으로 지저분해보였다.


반복되는 뿌리염색이 지겨워 아예 검정색으로 덮을 생각으로 미용실에 방문했던건데, 막상 가보니 애쉬톤이 왜이렇게 눈에 들어오던지. 오묘한 회색빛이 도는 검정색으로 염색을 하고싶어졌다. 그럼 바로 하면 되는데 문제는 또 다시 해야 할 뿌리염색에 대한 걱정 때문이었다. 나는 여러번 미용사쌤께 "머리 자라면 염색 또 해야하죠?" "물 빨리 빠지나요?" "머리 갈색으로 변하는거예요?" 따위의 질문을 던졌고 미용사분은 한마디 말로 선택을 재촉했다.


"그냥 애쉬톤으로 해요. 너무 나중을 생각해서 지금 하고싶은 것도 못 할 필욘 없어. 그냥 하고 다음에 염색 또 하면 되지 하고싶은 거 해요."


그날 나는 애쉬톤으로 염색을 했고 상당히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었다.

그래. 그냥 지금 하고싶은거, 먹고싶은거, 쓰고싶은거 하면서 살면 되지. 뭘 그렇게 조심해.

내일을 걱정하며 오늘 마실 아메리카노 한잔을 참지 말라는 말이 떠오른다.


아 근데 다시 뿌리가 자라나니까 애쉬 좀 후회되는 것 같기도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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