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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타임투비긴 Nov 08. 2021

빛나고 싶었다.

나를 빛낼 수 있는 방법을 깨달았다.

결혼식의 주인공인 신부는 하얀 순백의 웨딩드레스를 입고 반짝반짝 빛이 난다. 그들은 미래를 함께 나눌 신랑이 옆에 있어서 더 든든할 수 있겠다. 세상 물정 모르고 바람처럼 휩쓸리듯 결혼을 했던 나도 신부들처럼 빛나고 싶었던 건지도 모른다. 결혼하고 아기를 낳으면 철이 들 줄 알았고, 변할 줄 알았으니까.






나쁜 놈은 결혼해도 나쁜 놈이다.


남편은 결혼 전부터 비밀이 많고, 거짓말을 자주 했다. 그 사실을 알고 난 이후로 연애세포가 피어나려던 게 멈춰졌다. 남편과의 연애 속에서 나는 점점 의심과 집착으로 약자가 되어갔다. 이 연애는 시간낭비 인걸 알면서도 온통 그 사람의 말과 행동에 진짜인지 거짓인지 판별하는 것만 온통 신경이 곤두서 있었다. 남몰래 불안감을 안고, 해서는 안 될 결혼식을 올렸다. 배 속에 아기가 있으니 긍정적으로 변화할 거라고 조금은 기대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쁜 놈은 결혼해도 나쁜 놈이더라. 결혼 초기 신혼 때부터 남편으로 인해서 매일 안정적이지 못했다.


'차라리 바람을 피우지 그랬니.'

연애 때부터 가장 불안했던 여자 한 명이 있었다. 그냥 같은 동네에 사는 편한 동생일 뿐이라고 하지만 쿨해질 수 없었던 이유가 있었다. 나와 연애하기 전부터 둘 사이에 묘한 감정이 있었고, 잦은 술자리로 자취방에서 관계를 맺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 나는 절대 둘은 연락을 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남편은 나의 바람을 존중해 주기는 커녕 집착 때문에 거짓말을 더 하게 되는 거라고 말한다. 차라리 대놓고 바람을 피우고, 나를 떼어냈더라면 결혼까지 안 갔을 텐데 말이다.


'무직에서 게임중독으로.'

결혼 전 남편은 골프회원권 영업을 했고, 그쪽에서 나름 잘 나가던 사람이었다. 그러던 중에 회사 임원에게 배신을 당한 일이 있었다. 참 많이 어렸던 남편은 홧김에 무단결근으로 자연스럽게 퇴사를 하게 되었다. 당연히 나는 바로 다른 회사로 이직할 줄 알았는데 결혼하고 나서도 집에만 있었다. 길어진 무직으로 리니지 게임 중독까지 이르게 된 것이다. 새벽까지 그 게임을 하다가 아침에 잠이 들고, 늦은 오후에 깨면 다시 컴퓨터를 켜서 게임을 한다. 나는 게임 소리에 늦게까지 설잠을 자고 그다음 날 일어나 혼자서 외롭게 빈둥대다가 늦은 오후에 남편과 진지한 대화를 해보려고 시도하려고 하면 꼭 싸움만 난다. 나의 신혼생활의 루틴이다.


'통장 잔고 보는 게 두렵다.'

임신한 줄도 모르고 몸이 너무 아파서 이직하려던 회사에 나가지 못했다. 점점 배가 불러오니 새로운 회사에 이력서를 넣을 수도 없었다. 게임에 빠져있는 남편에게 앞으로 우리의 계획에 대해서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궁금했다. 당연한 건데 그 질문을 하기가 참 조심스러웠다. 자존심만 내세우며 짜증부터 내는 남편과의 그런 진지한 대화는 점점 두려워지기 시작했다. 컴퓨터 앞에서 게임만 하고 있는 뒷모습을 보면 생각이라는 걸 하고 있는 건지 인간으로 느껴지지 않았다. 나 혼자만 조급한 마음만 먹을 뿐, 전혀 부부간의 으쌰 으쌰가 되지 않았다. 결혼식 때 받았던 축의금은 다 쓰고, 당장에 돈이 필요하니 내 적금까지 깨서 생활비로 충당했다. 둘 다 일을 안 하고 있으니 들어오는 돈은 없고 쓰기만 하고 있으니 통장에 있는 잔고는 점점 바닥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 이후였을까? 마이너스로 늘 모자란 생활을 하다 보니 돈 앞에서 구질구질하게 통장 잔고 확인을 하는 것을 회피하고 싶을 정도로 공포심이 생겼다.






다 지키기로 했다.


사랑받아야 할 어린 나에게 가장 최악을 만들어준 남편이 한 짓들은 하루 이틀로도 모자랄 만큼 히스토리가 참 많다. 그 일들을 누군가가 알아주기 바랐고 위로받고 싶기도 했다. 하지만 그 사이에 태어난 예쁜 아들 둘을 위해 가정을 지키기로 마음을 먹었다. 남편을 이해해 보려고도 노력했다. 일이 풀리지 않아 계속 그 구렁텅이로 빠져 들었던 거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그래서 더 열심히 살기로 했다. 그동안의 히스토리가 나를 더 단단하게 만들어 줬을지도 모른다. 상당히 힘들지만 가슴에 박혔던 못은 묻어두고 큰 경험을 했다 라고 생각하고 행복한 척 지내다 보면 정말 행복한 분위기로 변해질 거라고 생각했다.


'좋은 남자로 잘 키우고 싶다.'

엄마인 내가 우리 아들 둘에게 가끔 하는 얘기가 있다. "너희는 정말 소중하고, 사랑받기 위해 이 세상에 태어난 행복한 사람이야. 엄마는 늘 너희 편이고, 항상 잘하고 있다고 믿고 있어." 그리고 이어서 "너희가 소중한 만큼 상대방도 소중하다는 걸 항상 잊지 말아야 해. 같이 있을 때는 혼자의 생각을 함께 대화로 풀었으면 좋겠어." 사실 남편을 생각하고 닮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으로  이 이야기를 해주는 것이다. 경제적으로 여유가 되지 않아 뭐든 다 잘해주고 싶어도 한계가 있지만 함께 대화하는 시간은 아끼고 싶지 않았다. 솔직한 엄마와 아들, 더 크면 서로 간의 어색함이 없었으면 하고, 좋은 남자로 잘 커주길 간절히 바란다.


'부자가 되고 싶었다'

남편에 대한 사랑 결핍과 불만은 이제 사치다. 꼬여있는 내 마음은 여유 있는 돈이 해결해 줄 거라고 믿어왔다. 동시에 통장잔고에 대한 공포심도 나아질 거라고 생각했다. 직종을 아예 바꾸게 된 남편의 월급은 네 식구 한 달 생활로는 턱없이 부족했다. 버는 만큼 쓰는 돈이 많기도 했고, 갚아야 할 빚이 상당 금액을 차지하기도 했다. 앞으로 아이들은 클 것이고, 교육비도 만만치 않을 텐데 본격적으로 나도 움직여야 할 때가 온 것이다. 대형 오픈마켓 마케팅 기획 업무를 맡았던 나는 한창 크고 있는 아들 둘을 떼놓고 회사를 다니기에는 잦은 야근으로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없을 것 같았다. 무엇보다 경력단절로 이제는 나를 흔쾌히 써주지도 않을 것이다. 집에서 아이들을 키우며 돈을 벌 수 있는 일을 찾아야 했다. 가끔 아는 분들의 사업 시작으로 초기 작업을 도와 드리며 아르바이트비를 벌기도 하고, 정수기 정기관리 업무, 친한 지인분의 제품을 카페에 입점시키는 영업 등의 일로 작은 수익을 얻기도 하였으며, 아는 지인의 제품을 가지고 플리마켓이나 온라인 카페에서 판매를 하기도 했다. 가끔은 쿠팡의 물류센터에서 택배 포장 작업을 하며 소일거리를 찾기도 했다. 고정적인 수익은 없었지만 꼭 자리를 잡고, 여유 있는 삶을 살 거라고 나는 나를 믿으며 응원했다.






돋보이기 시작한 멀티 살이.


고등학생 때부터 꿈이 많았다. 무대에 서고 싶어서 춤도 추고, 광고쟁이가 되고 싶어서 여러 공모전에도 참여했다. 대학생 때는 웹디자인을 하겠다며 독학으로 포토샵과 일러스트, 플래시 등을 공부했고, 옷이 좋아서 의류 쇼핑몰을 오픈하기 위해 홈페이지 관련된 공부를 했다. 회사를 다녔을 때는 다양한 부서들과 소통을 하면서 세무 쪽에 관심이 생기고 재무회계와 세무회계 자격증을 땄다. 그 당시에 결과가 어떠했든 다양한 경험을 한 것이다. 이렇게 꿈이 많은 내가 결혼을 하면서 잠시 나를 잃어가고 있었다. 하지만 아들 둘을 키우면서 돈의 여유를 찾고 싶었다. 경력단절로 회사를 다닐 수 없으니 집에서 돈을 벌며 아이를 키울 수 있는 그 무언가를 찾아야 했다.


'스마트 스토어 시작으로 온라인에서 내 자리 만들기.'

온라인 쇼핑몰을 해야겠다고 마음을 먹는 순간 일사천리로 스마트 스토어를 시작했다. 그동안에 경험을 바탕으로 스마트 스토어는 나에게 큰 어려움이 없었다. 단지 안정적인 수익이 가장 숙제였다. 이 방법, 저 방법을 동원하며 스마트 스토어 운영을 하면서 어느새 월 매출 1,000만 원을 달성했고, SNS에 알리기 시작했다. 자연스럽게 PDF 전자책을 등록하였고, 무료 강의로 사람들을 조금씩 모으려고 했다. 점점 온라인 안에서 나만의 플랫폼을 하나씩 만드는 중이다. 완벽하지는 않아도 디자인이 가능하고, 세금에 대해서 알고 있는 나는 멀티가 가능하게 되었다. 그동안의 경험이 헛되지 않았음을 알게 되었다. 아직은 시작단계이지만 실패의 경험도 나를 성장시켜 준다고 믿기 때문에 앞으로의 내가 너무나도 기대된다.


'나를 빛낼 수 있는 건 나 자신이다.'

남편에게 사랑받지 못한다고 비련의 여주인공처럼 허우적거리며 지내왔던 나는 최근 들어 깨닫게 된 점이 하나 있다. 남편으로 인해 빛나 보이려고 기대하는 것보다 내가 나 자신을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따라서 빛날 수 있구나! 나를 가장 먼저 챙겨주지 못했던 과거는 잊고 앞으로 최상의 길로만 향해 나아가 더 밝게 빛을 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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