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나 많은 것들이 준비가 되어 있는 삶을 꿈꿔왔다.
철저한 계획만이 실패를 줄이고, 올바른 방향으로 향할 수 있도록 붙잡아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랬기에 나에게 주어진 타임라인 가운데, 계획의 수정과 보완을 위한 시간이 가장 많이 소모됐다. 아이러니하게도 완벽한 실행을 위하여 철저한 계획들을 세웠는데, 결과적으론 실행에 제대로 옮기지 못하고 계획만 세우다 많은 것들이 지나가버렸다.
아니, 실행 한번 못해보고 미완의 계획으로 끝나버린 적이 대부분이었다. 그럼에도 난 계속해서 이행되지 못할 계획들을 세우고 있었다.
계획보다는 적절한 순간에 시도를 해보자
나의 계획은 불안한 마음의 유일한 위로였다. 준비되지 않은 내일에 대한 두려움을 계획으로 상쇄시키고자 했다. 하지만 계획을 이행하지 못할 때마다 내가 갖고 있던 두려움은 나의 무능에 대한 자책으로 바뀌게 되었고, 거창했던 계획을 수정하기보다 내가 가진 문제점들을 찾아 나 스스로를 지적하기 시작했다.
그 결과는 낮은 수준의 목표 낮은 수준의 이행 그리고 그것의 반복, 변하지 않는 내 삶의 프레임은 이것이다 라는 구조적 한계를 받아들이는 게 마치 당연한 결과인 것처럼 이 모든 연쇄반응이 응당하다고 생각하기에 이르렀다.
그러부터 수년이 지나고도 난 여전히 '계획만'을 세우고 있었다.
물론 이전과 비교했을 때 진일보한 것도 몇 가지 있었다. 걱정을 하기보다는 이전과 비교했을 때 더 적극적으로 내 삶을 설계하기 시작했고 명상과 시각화를 통해 긍정의 마인드를 조금씩 하루의 여백에 채워나갔다.
독서에 빠져들었고, 나의 일상을 기록하기 시작했고, 내가 지나온 길을 통해 얻어낸 나름의 소소한 교훈들을 내 사람들에게 전하기 시작했다.
오늘, 지금, 여기에 집중하다 보니 결국 난 무엇인가를 시도하고 있었다.
은행을 퇴사했던 2016년 5월 이후 지금 다시 이 블로그를 쓰기 전까지 또 난 3주간의 정리되지 않는 계획을 머릿속에만 갖고 있었다. 구상 중이라는 뻔한 얘기는 아내에게 하는 부끄러운 변명으로 되어가던 시기에, 결국 무엇이든 시도하고 바꿔보고자 하는 한 가지의 작은 출발점이 나에게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독서보다는 그 독서를 통해 얻게 된 값진 삶의 지식과 지혜를 나의 소중한 오늘에 대입시켜 변화의 시작을 만드는 것이 무엇보다 더 의미 있는 것임을 깨닫게 되었다. 필사와 독서노트 보다 중요했던 것은 어쩌면, 내가 하는 적절한 시도였는지도 모르겠다. 이 작은 한 점이 나를 어디로 이끌지 나는 아직 잘 알지 못한다.
다만 그려본다. 내가 누리고 싶던 내 온전한 삶을 향한 간절한 염원과 바람이 조금씩 나를 그곳에 데려다 주기를. 그리고 그것은 단순히 기도하고 바라고 소망하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닌, 보잘것없을지라도 그때에 필요했던 '적절한 시도'가 유일한 해답이 되어 그 길을 내어야 한다는 것을 이제는 알 것 같다.
지금, 여기, 오늘을 살아가는 가장 좋은 방법은 내가 바라고 좋아하는 일들을 하나 둘 즐기며 해나가고, 그 안에서 이 시간이 주어졌다는 감사함과 기쁨을 느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