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을 마신다고

by Davca

엘리베이터에서 팀원이 말했다. 저녁에 뭐 하세요, 몇몇 모이는데 술 한잔 하실래요


여전히 오후 4시가 채 되지 않았지만 나의 피로도는 극에 달했고 한동안 에너지 드링크에 절여져 있었기에 편의점으로 향하는 조건반사적인 발걸음에 놀라 애써 오피스로 향하던 와중이었던 터라 마음을 써서 듣지 못했다.


술을 마신다고 해결될 일이라면 난 내일에 대한 걱정일랑 묻어두고 고민 없이 그리하겠지만 내가 바라는 것을 얻기는 어렵다는 것을 알기에 가급적 술자리는 피하는 중이다. 대신해보고 싶었던 일들에 집중하려 애쓴다. 곧 있을 외부강의를 준비하고 도움이 될만한 책을 읽고 좀 더 여유로운 생활이 가능하게끔 해주는 몇 가지 스킬들을 배우고 있다. 실행에 옮기는 것이 더 중요하기에 학습과 실전을 빠르게 병행하려 하고 있다. 정신없던 하루의 고달픔을 치유해 주는 것은 나에 대한 투자와 관심이라는 사실을 매일같이 경험하는 요즘이다.


늘 예기치 못한 어려움이 생기고 나의 내공은 부족한 것 같고 그럼에도 시간은 흐르고 나이는 들어감에, 긴장감을 유지해 보려 애썼던 시기도 있었다. 때로는 도움이 되었고 가끔은 무용했다. 그러다 어느 순간 물 흐르듯 나의 삶을 대하되, 지금 내 눈앞에 놓인 상황에 충실하는 것이 어려움의 실질적 크기를 과대평가하지 않고 지금에 집중할 수 있는 가장 현명한 방법임을 깨달았다. 놓치면 놓치는 대로, 잡으면 잡히는 대로, 마주하는 모든 순간에 진심을 담는다. 내가 할 수 있는, 가장 나를 아끼고 사랑하는 방법이다.


애주가이긴 하나, 술을 마신다고 해결되는 것은 생각보다 많지 않다는 것을 느끼게 되는 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