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날이 있다

by Davca

다를 것 없는 오늘인데 유독 몸이 무겁다. 하루쯤 쉬어볼까 싶기도 하고 그간의 격무와 몇 가지 이슈를 핑계 삼아 머리 좀 식히겠다고 해볼까. 눈은 떴지만, 이불에서 등을 떼기 어려운, 그런 날이 있다.

빈틈없는 일정에, 점심에 먹은 고등어구이 한 마리로 위로가 되는 순간 K-직장인임을 느낀다. 잠깐동안 내일 점심은 뭘로 하지, 스쳐 지나가는 메뉴 생각에 위로받은 감정은 찰나의 설렘으로 전환된다.

내일도 고등어 구이가 낫겠다.


한 시간마다 예정되어 있는 인터뷰와 커피챗을 통해 다양한 분들과 이야기를 나눈다. 적절한 포장과 진실된 개인의 역사, 그 사이 어딘가에 있는 이들의 이야기에 집중하다 보면 이해와 공감이 수반되고 더러 내가 인사이트를 얻는 그런 날도 있다. 내게 주어진 이런 상황에 다시금 감사하게 된다.

그렇게 저렇게 하루를 마무리하고 특식을 준비 중인 아내에게 간다. 내가 들어오는 소리에 호다닥 달려오는 두 아이를 동시에 안아보는 쾌감은 하루의 승리자가 누리는 호사가 분명하다. 지난 시간의 고됨은 일순간 사라진다. 그래, 퇴근할 때 맥북은 두고 가자는 결정은 정말 잘한 거야!


십여 년 전 신행지인 하와이에서 먹었던 버터갈릭쉬림프에 게살까지 곁들인 아내의 특식에 상큼한 과일향 맥주가 빠질 수 없지. 이렇게 저무는 하루의 시작과 끝에, 늘 가족이 있음을 깨닫는다.

말이 안나오는 맛이었다. 게살을 곁들인 버터갈릭쉬림프

평범했던 하루도 그 끝은 특별함이 되고 이 모든 흐름이 나의 마음을 통해 달라지고 있음을 깨닫는다. 내 삶은 다채로움을 겪고 있지만 변하지 않는 가치를 좇고 있으며 점차 기대와 상상으로만 그리던 모습에 가까워지고 있다는 확신이 차오르는, 내게는 종종 이런 날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