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과 맞닿아 있다

by Davca

요즘 새벽에 눈을 뜨면, 오늘도 살아있음에 감사하는 말을 이전에 비해 강도 높게 자주 하게 된다.


간간이 들려오는 지인의 부고와 맞닿은 그들의 가족에 대한 이야기가 전혀 남의 일 같다고 느껴지지 않기에 이따금씩 나의 걱정과 불안이 커지기도 한다. 물론 가끔 통제하기 어려운 이런 불안정한 마음의 확산은 지금까지 잘 방어하고 있다. 명상과 감사일기의 덕이다.


언젠가 모든 이가 삶의 끝을 마주하겠지만 나고 죽는, 이토록 평범한 진리가 어느 순간 예고 없이 나에게도 파고들 것이라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생을 향한 욕구는 본능적인 것이며 모든 것의 근원이 되는 출발점이기에 그러하다. 누구라도 이 공간에 자연의 섭리인 죽음을 끼워 넣어 삶의 태도를 차분히 하고 밀도를 높이는 것은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지금 내 눈앞에서 레고를 함께 만들고 있는 두 아이를 내일부터 볼 수 없다고 생각한다면 이게 과연 현실적으로 와닿는 생각일까?


꽤나 선명하게 현재의 삶과 예정 없는 이별을 연결하는 일은 쉽지 않다. 다만 끝이 있다는 사실은 누구나 인정할 것이다. 생각보다 이 시점이 빠르게 다가와 나를 기다리고 있음을 인지하게 된다면 나의 하루와 오늘을 향한 시선은 어떻게 달라질까? 마음이 급해지기 시작한다. 나이 듦에 비해 남겨놓은 것이 많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물질적인 것이든 정신적인 것이든 차곡차곡 쌓아두지 못했음을 반성하게 된다. 아내에게 살갑지 못했고 두 아이에게는 일을 핑계로 함께하지 못한 날들이 더 많았다. 그렇다고 일에 있어서 원하는 만큼의 성취를 이뤘다고 보기엔 여전히 아쉽다.

그럼 이제 무엇부터 이 삶을 정비하고 어떤 발자국을 남길 것인가?


산만하게 퍼져있는 나의 관심과 활동들을 정리한다. 내가 지금 하고 있는 모든 것들을 적어 내려 가며 비워낼 것과 집중해서 채워야 하는 항목들을 나눈다. 건강, 가족, 남은 나의 삶을 위한 공부와 일. 이렇게 남기고 보니 잠자는 시간을 제외한 하루동안 불필요하게 버려졌던 시간들이 꽤 많이 보인다. 죽음과 맞닿아 있음을 받아들이니 오늘의 시간이 더욱 선명해지고 무엇을 하고 하지 말아야 하는지 명확하게 구분이 된다.

그리고, 그간 생각만 하고 이런저런 이유로 펼쳐내지 않았던 일들을 시작해 본다. 살아보지 못한 삶에 대한 동경, 내 옆의 가장 소중한 이들과의 평범한 시간, 순탄치 않았던 내 여정에 대한 기록과 공유. 적어도 이런 일들을 내년 이 시점에는 시도와 실패의 다양한 이야기들로 남길 바란다. 최소한 지금까지 비슷한 양상으로 시도조차 하지 않는 한 해로, 그런 인생으로 기억되지는 않도록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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