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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xperiencer Aug 18. 2024

왜 이직밖에 대안이 없을 거라 생각하는가

제대로 버티지도 못하면서 반복되는 행동들

  최근 팀 내 포지션 리드를 채용하는 자리에서 20년의 경력동안 15번의 이직을 한 후보자가 있었다. 



 궁금함이 일어 자소서와 경력사항들을 읽어 내려갔다. 요즘 같은 세상에 이직이 많다는 것이 흠도 아니긴 하나, 서류를 검토해야 하는 나의 입장에선 꼰대다운 생각이 앞섰다. 아쉬운 점은 이직의 일관성을 찾아보기 어려웠다는 점이고, 이 후보자에겐 어떤 전문성이 있을까 하는 점이었다. 시기로 미뤄 짐작해 보자면 상황이 되는 곳으로 빠른 이직을 시도했었던 것 같은데 비슷한 연배로 이해가 되지 않는 것은 아니었다.



경험으로, 호기롭게 퇴사를 외치고 나오는 순간부터 늘 두려움이 함께했다. 당장에 어떤 이유든 이곳이 죽도록 싫거나 계속 같이 가야 할 당위성을 찾지 못해 이직을 선택했다지만 어느 곳이든 나의 처지와 상황에 꼭 맞는 곳은 어디에도 없다. 있을 수가 없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짧게는 한 달, 길게는 2년 내 유사한 업종으로 비슷한 처우로 이직을 하는 경우를 어렵지 않게 보게 된다. 그럼 그간의 나는 어떠했는가? 



크게 다르지 않았다.

'나름 이 정도'의 경력이 있으니 어디든 갈 것이고 이직에 실패하리라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었다. 그런데 가장 중요한 것이 늘 빠져있었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 내가 무엇을 잘할 수 있는지, 내가 갖고 있는 장점은 무엇인지, 결정적으로 내가 원하는 일은 무엇인지에 대해 진중한 고민 없이 연결성에 중점을 둔 이직을 생각하고 실행했다. 과정에서의 고민은 있을지 모르겠지만 그 와중에 솔깃할만한 제안을 받게 되면 '나의 길'에 대한 고민을 접어두고 현실과의 합리적 타협을 시도한다. 가정이 있고 부채도 있으며 더더군다나 외벌이인 경우엔 정말이지 선택의 여지가 없다. 그리고 다시 반복이다. 그렇게 또 같은 사이클이 반복되고 적응과 함께 나와 맞지 않는 조직의 단면은 확대되어 보일 수밖에 없으며 서서히 업무에의 집중도는 떨어지게 된다. 마음이 떠난 곳에 몰입이 있을 리 만무하고 자기 계발적 측면에서 결코 도움이 될 수 없는 '시간 죽이기'에 돌입한다. 과연 이것이 우리의 올바른 선택이 될 수 있을까? 언제가 끝일지 모르는 우리들의 삶에서? 



적을 옮기기 전에 이직을 하려는 이유, 아니 더 앞서 이직을 원하는 것인지, '내가 찾지 못한 길'을 찾고자 하는 것인지 분명히 했으면 좋겠다. 시간이 필요하다면 섣부르게 던지기보다 나를 들여다보고 내가 바라는 환경에 대해 숙고하는 시간을 갖는 것이 좋다. 경험상 이 시기에 외부의 소음과 적당한 이직의 유혹에 빠지지 않는 것이 좋다. 쉽지는 않겠으나 같은 상황을 15번이나 반복하는 사례에 가까워지는 것보다 훨씬 나을 것이라고 본다. 이직이 유일한 대안이 아닐 수 있음을 깨닫는데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으니 대게는 지금의 상황에서 주어진 기회와 여건을 최대한 활용하여 커리어에 도움이 될만한 일들을 만들고 스스로 생각한 때가 되었을 때 주도적으로 고민했던 그 길을 걷게 되는 커리어의 행보가 이어졌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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