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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ohnstory Nov 04. 2024

haraka haraka, haina baraka

서두르는 것에는 축복이 없다

케냐의 속담이다.


그들이 느림의 가치와 의미를 어느 영역에 부여하든 서두르는 것이 가져올 위험함에 대하여 경계하는 문화를 갖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빠르게 목표에 도달하는 것만이 중요했던 나로서는 이질적인 생소함을 느끼게 해주는 속담이다. 서두르는 것에는 축복이 없다는 것을 작금의 사회모습과도 연계하여 생각해 본다. 환경의 파괴와 조기교육의 폐해, 조급함이 불러온 모든 사건 사고들. 가볍게 여길 수 없는 일들을 보며 이는 자연의 섭리를 완벽하게 해석해 낸 한 문장이었다는 결론을 내렸다. 더 빨리 가기 위해서, 남들보다 더 앞서기가 위해서 오로지 그 속도에만 매몰되었던 우리들의 인생에, 과연 나는 어느 시절에 존재했었나.


또한 느리게 흘러갔던 각자의 삶에 대해 우리는 얼마나 불안해하고 초조해했었던가. 초와 분 단위로 일정을 계획하고 그 안에서조차 성과를 기대하는 성장의 논리로 뒤쳐지는 이들은 인생의 나머지공부를 해야 하는 그룹으로 편성되며 이들의 사회적 성공은 점점 요원해진다. 그런데 여기서 반전이 일어난다. 더디고 모자라게만 보였던 이들이 자신의 모습에 대해 깊게 생각하며 그들만의 속도로 떠오르고 주목을 받게 되었다. 각자의 치열함은 있었겠으나 체제 안에서의 과도한 경쟁의 굴레에 존재하지는 않았다. 자신만의 호흡으로, 그들만의 방향으로 흘러갔다. 누군가와의 비교 대신 어제의 자신과 대조했다. 필요한 기술들을 습득하고 실패를 거듭했다. 자신이 설정한 목표였기에 꾸준히 해낼 수 있었다. 어느 누구도 강요하지 않은 나만의 길이고 인생이었으니 눈치를 볼 일도 아니었던 것이다.




매번 축복받은 삶을 기대하고 의식하며 살 수는 없다. 의식의 깨달음보다 무의식에 지배받는 조건반사적 행동이 우선할 때도 많다. 그래서 우리는 변화하는 것이 어렵다. 의도된 느림 안에서 해낼 수 있는 것들이 너무 많이 있지만 여전히 알지 못한다. 잠시 멈추는 것도 쉽지 않지만 멈춘 시간들 동안 내가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일들이 무엇인지 모른다. 어색하기 짝이 없는 시간들이며 누군가에겐 민망한 시간이기도 하다. 나를 들여다보고 나에게 주어진 시간을 알맞게 보낼 수 있어야 한다. 하나하나 시간을 두고 정리한 ‘여유의 서랍’ 안에 있는 스스로의 본모습을 이런 때에 꺼내볼 수 있어야 한다. 나는 누구인가, 그리고 내게 꼭 맞는 속도로 흘러가기 위해서 나는 무엇을 내려놓아야 하고, 무엇을 얼마큼 행해야 하는가. 오로지 나만의 관점에서 나만의 속도로 쉬지 않고 내딛는 오래된 운동화처럼, 낡은 시간의 역사가 나의 숨을 통해 뿜어져 나오고 이로 인한 여유로움이 온몸을 감싸고 있는 상상을 해본다. 그것만이 내게 이 생에서 주는 고유의 가치임을 기억할 수 있길, 그런 힘이 내게 가득하길 진심으로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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