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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늘 Mar 18. 2024

기묘한 이야기 사세요

송미경의 동화집, 『돌 씹어 먹는 아이』(문학동네, 2014)

 신기하고 이상한 것을 두고 기묘하다고 합니다. 사전에서는 기묘하다를 "생김새 따위가 이상하고 묘하다"(표준국어대사전)라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이상하다는 말은 무엇이 보통의 것과 다를 때, 익히 알고 있던 것과 같지 않을 때 사용합니다. 그렇다면 묘하다는 말은 무슨 의미일까요. 1. 모양이나 동작이 색다르다. 2. 일이나 이야기의 내용 따위가 기이하여 표현하거나 규정하기 어렵다. 3. 수완이나 재주 따위가 남달리 뛰어나거나 약빠르다.(표준국어대사전)이라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송미경의 동화를 읽고 떠오른 단어는 '기묘하다'입니다. 평론가 김지은 선생님도 송미경의 동화를 두고 기묘하다고 표현한 바 있습니다. 사전에서 설명하고 있는 의미는 제가 느낀 바를 정확하게 설명하고 있지 못합니다. 2의 의미가 가장 근접한 것 같지만, 규정하기 어렵다는 말로는 기묘한 송미경의 동화를 설명하지 못합니다. 송미경의 기묘함은 동화를 생각하면 떠오르는 밝고 긍정적인 분위기와 다르기 때문에 분명 기존의 언어로 설명하기는 어렵습니다. 그렇지만 어린이를 위한 이야기인 것은 분명합니다. 작가가 말한 것처럼 "할 말을 못하고 끙끙 앓는 아이", "어딘가에 진짜 엄마 아빠가 있을 거라고 한 번쯤 꿈꿔 본 아이" "손톱, 심지어 발톱 심지어 돌을 먹는 아이", "돌림노래처럼 이어지는 잔소리와 잠시 떨어져 있고 싶은 아이"들에게 필요한 이야기, 동화입니다. 

 고려대한국어대사전에 나온 설명이 송미경 동화에서 느낀 '기묘함'을 좀 더 잘 설명하고 있습니다. 송미경의 동화는 "보통의 것과 다른 특색을 지녀 이상야릇하고 신기하며 낯선" 동화입니다. 이 책에는 7개의 단편이 실려있습니다. <혀를 사 왔지>, <지구는 동그랗고>, <나를 데리러 온 고양이 부부>, <아빠의 집으로>, <돌 씹어 먹는 아이>, <아무 말도 안 했어?>, <종이 집에 종이 엄마가>입니다. 가장 재미있게 읽었던 두 작품은 <혀를 사 왔지>와 <돌 씹어 먹는 아이>입니다.

 그 외 단편도 단연 재미있습니다. 간단하게 말해보자면, <지구는 동그랗고>는 엄마를 기다리는 아빠 이야기입니다. 어딘지 모자란 것 같기도 하고, 엉뚱한 것 같기도 한 아빠가 등장합니다. 아빠의 말과 행동 뿐 아니라 아빠가 만들어낸 공간까지 이야기의 기묘함을 더합니다. <나를 데리러 온 고양이 부부>는 역할이 반전됩니다. 고양이 부부가 실제 나의 엄마, 아빠이고, 그들이 나를 다시 데리러 왔다는 이야기입니다. 고양이 부부의 말과 행동을 통해 현실 부모-아이 관계의 문제를 짚어내고 보여주고 있습니다. 

 <아빠의 집으로>에는 큰 반전이 없습니다. 다만, 특별한 상황에서 느낄 수 있는 인물의 감정 상태를 보여줍니다. 인간에 대한 이해를 넓힐 수 있는 작품입니다. <아무 말도 안 했어?>는 개인적으로 아쉬움이 남는 작품입니다. 개연성이 다소 부족하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두 인물 간 갈등 상황이 깊어지는 상황을 따라가기 어려웠습니다. 무엇보다 결말이 아쉬웠습니다. 두 인물이 갑자기 화해를 하게 되는데, 계기가 특별하지 않습니다. 사건의 해결에 계기가 있어야 하는데, 그 지점에서 이야기의 주제를 발견할 수 있을 것 같은데, 계기가 선명하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종이 집에 종이 엄마가>는 송미경이 그릴 수 있는 서정을 보여주는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감정 묘사도 일품이었지만 특히 동화에서 그리는 이미지가 매력적이었습니다. 송미경의 동화를 읽다보니, 시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그것은 이미지 때문인 것 같습니다. 종이 나비 떼가 그려내는 환상적인 이미지는 작품의 서정성을 한층 돋보이게 합니다.

 <혀를 사 왔지>에서 주인공 도시원은 제목 그대로 혀를 삽니다. 무엇이든 사고 파는 시장에서 도시원이 고른 것은 눈썹도, 꼬리도, 무엇이든 사라지게 하는 지갑도 아닌 혀입니다. 시원이는 혀가 없기 때문입니다. 혀를 갖게된 도시원은 말을 할 수 있게 됩니다. 혀를 팔았던, 불친절한 태도를 보인 당나귀에게 말을 퍼붇습니다. 그것을 시작으로, 어린이를 함부로 대하는 누나, 평소 자기를 괴롭힌 친구들, 어린이라고 안 좋은 물건을 내주던 과일가게, 빵가게 사장님에게 평소 하고 싶었던 말을 뱉어냅니다. 말 그대로 말을 뱉어 냅니다. 친구들은 겁먹고 울기까지 했습니다. 공부 공부 노래를 부르던 엄마에게 말을 던진 시원이는 다시 시장으로 갑니다. 책과 필기구와 함께 혀를 시장에 내놓았습니다. 이제 필요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결말은 이야기에 기묘함을 더합니다. 화룡점정이라고 생각합니다. 다시 혀가 없는 삶으로 돌아가다니요. 시원이는 왜 이런 선택을 했을까요. 어린이라서 당하던 설움을 표출할 수 있는 수단이 아니었나요. 어떻게 시원이는 공격이자 방어 수단인 혀를 미련 없이 내 놓을 수 있었을까요. 저는 도무지 알 수가 없습니다. 알 수 없기 때문에 이야기의 기묘한 결말이 마음에 남게 되기도 합니다.

 <돌 씹어 먹는 아이>는 표제작이기도 합니다. 돌을 씹어 먹는 아이가 나옵니다. 엄마는 아이에게 돌을 먹지 말라고 합니다. 건강에 좋지 않아서가 아닙니다. 다른 아이들과 다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사실 그 가족에게는 반전이 있습니다. 스포는 좋지 않으니, 말하지 않겠습니다. 꼭 읽어보시기를 권합니다. <돌 씹어 먹는 아이>는 소수자에 대한 이야기라고 생각합니다. 정상 프레임이 폭력이 되고 있는 사회에 대한 풍자입니다. 2014 작품이지만, 10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유효합니다. 10년 전 작품이 여전히 새롭고, 여전히 미래를 향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게 한다는 점에서 송미경의 작품은 기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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