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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늘 Mar 19. 2024

동물과 인간이 함께 하는 세계

윤경의 동화『달 도둑 두두 씨 이야기』(웅진주니어, 2023)

 책 제목을 쓰다가 알았습니다. 두두와 씨는 띄어쓴다는 사실을요. 의존 명사 씨는 그 사람을 높이거나 대접하여 부르는 말입니다. 대화 맥락에서는 윗사람에게 쓰기는 어려운 말이기도 합니다. 책 제목이 두두 이야기가 아니라 두두 씨 이야기입니다. 두두는 두더지 이름입니다. 동물을 존중하는 마음이 제목부터 느껴지는 것 같습니다.

 두두 씨 이야기는 5개의 작은 이야기로 구성되어있습니다. 탐정 깜즈 씨 이야기, 달 도둑 두두 씨 이야기, 마법사 미호 씨 이야기, 싸움꾼 쿵쿵 씨 이야기, 알쏭달쏭 코코 씨 이야기. 모두 같은 숲에 사는 동물 이야기입니다. 그들의 이야기는 모두 연결되어 있습니다. 같은 숲에 사는 친구이니까요.

 다섯 이야기가 큰 틀에서 연결되어 있지만, 같은 사건을 공유하지 않습니다. 사건을 기준으로 구분하자면, 깜즈 씨, 두두 씨/미호 씨, 쿵쿵 씨/ 코코 씨 이야기로 나눌 수 있습니다. 누군가 던진 돌에 두두 씨 머리에 상처가 난 사건, 사람으로 변한 미호 씨를 구한 쿵쿵 씨 이야기, 사람에게 버림 받은 상처를 간직한 코코 씨 이야기. 새롭지는 않지만, 잔잔한 위로를 건네는 이야기들이 모여 있습니다.

 사건이 기준이 아닌, 주제 중심으로 묶어본다면, 친구에 대한 이야기, 동물-인간 관계에 대한 이야기로 나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깜즈는 엄마를 잃고 슬퍼합니다. 그 옆에는 두두 씨가 있습니다. 두두 씨는 깜즈 씨의 엄마, 까미 아주머니의 친구입니다. 여기서 친구는 비슷한 나이로 묶인 관계가 아닙니다. 서로 도움을 주고, 위로할 수 있는 관계를 말합니다. 두두 씨는 상심한 깜즈를 위해 사건을 의뢰합니다. 깜즈는 사건을 조사하면서 몸을 움직이고, 파란 모자 꼬마 아이의 행동을 지켜보기도 하면서 몸과 마음의 위로를 얻습니다. 두두 씨를 귀찮은 존재로 여기던 깜즈 씨는 두두 씨의 의도를 알고 마음을 열게 됩니다. 묵묵히 곁에 있어 주는 친구의 소중함을 엿볼 수 있습니다. 위로하는 방법도 함께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두두 씨는 상심한 깜즈 씨를 구출하는 데 성공합니다. 그러나 두두 씨도 까미 아주머니를 상실한 슬픔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리하여 두두 씨는 까미 아주머니와 약속을 지키려고 합니다. 땅 속에도 달이 뜨게 하는 일입니다. 두두 씨는 이 일을 멋지게 해냅니다. 여기서도 친구의 도움을 받습니다. 숲 속에서 발견할 수 있는 친구들입니다. 책을 읽어보시면 두두 씨의 재치를 확인할 수 있을 것입니다. 두두 씨는 어떻게 달 도둑이 될 수 있었을까요.

 동물-인간 관계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 전, 짚어두고 싶은 점이 있습니다. 미호 씨가 만난 모띠어입니다. 모띠어의 아빠는 체코 사람, 엄마는 한국 사람입니다. 친구들이 자신과 다르다는 이유로 따돌린다고 합니다. 저는 이 부분에서 멈칫 했습니다. 부모님이 한국인이 아닌 동화 속 인물은 따돌림 당하기 일쑤입니다. 물론 현실에서는 동화 속 인물보다 더 심한 경우가 있을 것입니다. 그렇지만 이런 식의 반복적인 재현을 통해 얻게 되는 건 무엇일까요. 따돌림 당하는 이야기보다, 아무렇지도 않게 어울리는 장면이 필요하지 않을까요. 동화를 읽는 어린이 독자에게, '따돌림을 당하는 친구를 봐, 힘들어하잖아. 그렇게 하면 안 된다.'라는 교훈보다, 따돌림을 생각하는 것 자체가 어색해져버릴 만큼 잘 어울려노는 모습을 보여주는 일이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물론, 이 책에서 모띠어 서사는 중심이 아닙니다. 다만, 국적이 다른 부모를 가진 어린이를 재현할 때 왕따나 따돌림을 너무나 당연하게 그리고 있는 건 아닐지 생각해보아야 할 것 같습니다. 

 쿵쿵 씨는 인간을 두려워 합니다. 쿵쿵 씨는 멧돼지인데, 가족이 인간의 총에 죽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쿵쿵 씨는 미호 씨를 구하기 위하여 인간에게 다가갑니다. 구덩이에 빠진 미호 씨를 구하려면 인간의 도움이 필요했기 때문입니다. 쿵쿵 씨는 인간을 유인하여 미호 씨와 모띠어를 구출하는 데 성공합니다. 그 과정에서 총이 귀 끝에 스치기도 했습니다. 친구를 구했지만, 쿵쿵 씨의 도망은 멈추지 못했습니다. 여전히, 멀리 도망치고 있습니다. 쿵쿵 씨는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을까요.

 코코 씨는 고양이입니다. 주인에게 버림 받았습니다. 어느 날 코코 씨는 종이 가방 속 어린 고양이 세 마리를 발견합니다. 처음에는 지나쳤지만, 코코 씨는 다시 돌아갔습니다. 새끼를 키워 본 일 없는 코코 씨는 어린 고양이에게 밥도 챙겨주지 못합니다. 그러다 담장 옆 집 사람이 우유와 사료를 주면서 새끼 고양이를 키웁니다. 그렇게 추운 겨울이 되었습니다. 옆 집 사람은 새끼 고양이를 집으로 데려가려고 했습니다. 코코 씨는 인간에게 버림 받았던 기억을 떠올리며, 인간을 믿으면 안된다는 마음으로 옆 집 사람을 공격합니다. 어린 고양이와 코코 씨는 담장 아래 있게 되었지만, 날은 여전히 춥습니다. 옆 집 사람은 가만히 이불을 덮어줍니다. 코코 씨는 인간을 믿는 일에 대하여 다시 생각해봅니다.

 동물-인간이 공존하는 방법은 어떻게 찾을 수 있을까요. 인간은 동물을 버리거나 총으로 쏘지 않고, 동물로 부터 인간에 대한 신뢰를 회복해야 하는 것일까요. 동물은 모든 인간이 나쁜 건 아니니, 인간을 한 번 믿어보는 태도를 지녀야 할까요. 동물-인간을 배타적인 관계로 본다면, 둘 사이의 간극은 언제나 존재할 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동물과 인간이 서로에 대해 어떻게 바라보는지에 대해 고민하기보다, 그 둘이 공존하는 이상적인 사회를 꿈꾸는 일이 필요할 것도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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