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따뜻한비 Nov 13. 2023

#7 앞서 살아가는 진짜 선생님

나에게 영향을 주는 멘토, 영혼의 나침반이 되어주는 선생님이 있나요?

세상에는 굳이 만나지 않아도 저절로 가르침을 주는 스승이 있다. 살아가는 모습 자체가 영혼의 나침반이 되어주는 사람들. 내게는 그런 스승이 두 명 있다. 

- 나를 돌보지 않는 나에게 148쪽







시수필 전시회장에서 선생님을 뵈었다. 고등학교 은사님이셨던 영어 선생님, 이제는 글을 쓰는 문인으로 한 자리에서 종종 만나게 된다. 조용히 묻어 학교 생활을 하는 아이였지만, 어떤 일에는 꽤 열정을 가지고 나서곤 했다. 그때 도움을 주셨던 선생님, 나에게는 특별한 고마움이 있는 분이다. 


조용조용한 선생님의 수업이 어린 우리에게는 귀에 쏙쏙 들리지 않았다. 영어를 어려워했던 나는, 선생님의 수업에서는 주목받는 아이가 아니었을 거다. 학교에서 아이들이 모여 좋은 말씀도 나누고 함께 교제하는 모임을 만드는 일에 내가 깃발을 들고 나섰고, 그때 선생님은 후원자가 되어주셨다. 덕분에 빈 교실도 빌릴 수 있었고, 학교 밖 동아리 행사에 나가 춤 경연대회에서 1등을 하는 경험도 했다. 조용하고 내향적인 선생님과 나는 특별히 많은 이야기를 나누지는 않았던 것 같다. 그렇게 고마운 마음을 뒤로한 채 학교를 떠났다. 


글을 쓰는 회원으로 다시 만났을 때, 선생님은 문인회 회장으로 활동을 하고 계셨다. 시간이 꽤 흘렀음에도 선생님은 나를 기억하고 계셨다. 이번에는 몇 해간 아이들을 키우는 일에 바빠 글 쓰는 일을 쉬다가 오랜만에 다시 뵈어 반갑게 인사했다. 후에 선생님의 소식은 전시된 글을 읽으며 알게 되었다. 

좋은 모습으로 아끼고 사랑하던 배우자를 떠나보낸 선생님, 유독 약해 보이는 모습에는 사랑하는 이를 떠나보낸 슬픔이 서려 있었나 보다. 


"선생님, 마음이 많이 아프셨겠어요."


안타까운 심정을 전했는데 선생님은 잠시 아무 말씀이 없으셨다. 괜히 아는 체를 한 것 같기도 하지만 덩달아 눈시울이 붉어졌다. 얼마나 외로우실까.


선생님은 선물로 올해 출간하셨다는 부부 수필집에 사인을 하여 선물해 주셨다. 아내에 대한 사랑과 투병 기간 걱정하는 마음을 그대로 담아 올린 기도문까지 담은 책에는 부부의 사랑과 눈물이 고스란히 담겨있었다. 부부에 대한 공부하는 나로서는 끝까지 귀감이 되어주시는 선생님의 모습이 고마웠다. 우리 부부도 선생님만큼의 연배가 되면 껍데기와 허영 된 자기를 벗고 본질의 사랑으로 만나 한 방향의 길을 향해 걸어갈 수 있을까.


그래, 그럴 수 있지. 선생님의 책을 안고 돌아오는 길, 따뜻한 응원과 나아갈 방향을 보여주신 것 같아 가슴에 따뜻한 것이 몽글하게 솟아난 것만 같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