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치고 힘들 때, 나를 위로해 주는 소울 푸드가 있었나요?
어릴 때 내가 좋아했던 간식들이 생각난다. 기름 없이 바삭하게 구운 라면에 설탕을 솔솔 뿌려 먹었던 게 생각난다. '설탕 솔솔'은 마법 소스나 다름없어서 잘 안 먹던 토마토에도 뿌려지면 접시 째 들고는 국물까지 마시곤 했다.
중학교 때는 물만두를 유독 좋아했다. 가장 작은 사이즈의 물만두를 삶으면 거의 한 봉지를 혼자 다 먹었던 것 같다. 간장에 고춧가루, 깨소금이 뿌려진 양념과 함께 먹으면 금상첨화다.
간식을 떠올리다 보니 엄마가 해주신 음식도 생각이 난다. 유독 좋아했던 엄마표 음식이 있다. 감자를 듬뿍 넣은 닭볶음탕, 손님이 오면 대접했던 아귀찜, 가을이 되어 살이 통통하게 오른 꽃게로 만든 탕은 귀찮음을 무릅쓰고 살을 쏙쏙 발라 먹었다. 새우나 갈치, 옥돔 등 발라 먹어 손이 많이 가는 음식도 사양치 않았다.
작고 마른 데다 입도 짧고 먹는 속도도 느려 어딜 가나 한 마디씩 듣는 아이였는데, 이제 와 생각해 보니 좋아하고 잘 먹는 음식도 꽤 많다. 느리긴 해도 실속 있게 먹었고, 안 크는 거야 달리 어쩔 수 없는 것 아닌가. 예전이나 지금도 탕 종류의 아저씨 음식부터 다양한 나라의 음식도 크게 거부감 없이 잘 먹는데 안 먹는 아이라는 시선 안에 갇혀 있었던 것 같다.
나를 행복하게 했던 음식을 떠올리며, 아이에게는 어떤 음식을 해줬나 생각해 본다. 아이가 좋아하는 엄마표 음식은 뭐가 있을까. 우리 가족들은 뭘 해도 내가 한 게 맛있다고 해줘서 고맙다. 내세우기 부끄러운 요리실력인데도 그렇다. 흔한 시금치나물과 콩나물에 참기름과 소금간만 해도 엄지를 들고, 어설프게 만든 간장닭에 당면만 넣어도, 에어프라이기로 만든 감자튀김에 버터와 후추만 넣었을 뿐인데 엄마가 한 게 제일 맛있다고 해준다. 요즘 바빠서 가사에 시간이 많이 줄었고, 시간을 들여 요리를 하는 게 어려워 아이들에게 미안하다.
첫째는 먹는 자체를 좋아해서 계속 입에 뭔가를 넣는 것을 좋아하고, 둘째는 많이 먹지는 않지만 금방 한 나물요리를 좋아한다. 먹는 즐거움이 기쁨이 되고 추억이 되며, 특히 엄마가 만들어 준 음식은 사랑으로 남아 아이들의 영혼을 살 찌우기에 바지런히 먹이는 엄마가 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