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과 연결된 삶의 추억이 있나요?"
6일의 긴 추석 연휴를 시댁에서 보내고 집에 돌아온 날, 오자마자 티브이를 켰다. 알아서 놀기 시작하는 아이들의 안부만 확인하고 짐도 정리하지 않은 채 티브이 앞 소파에 앉았다. 이리저리 채널을 돌리는데 지오디 콘서트 방송이 보였다.
'오랜만이네.'
지오디가 콘서트라니. 예상치 못했던 소식이었다. 거의 끝나갈 무렵 보기 시작했는데 오랜만에 만난 팬들과 헤어지기 아쉬웠는지 앙코르곡을 몇 번이나 반복한 덕분에 나도 지난 추억에 빠져들었다.
"God 이젠 빅 대디 아빠 어디 가 나가야 할까
God와 JYP 그때 그 시절 그리워일까
오늘밤 같이 뛰고 같이 불러줘
우리 웃으면서 노래해"
- God <하늘색 약속> 중 에서
티브이에서 간간히 얼굴을 봤던 멤버들도 있었지만 정말 오랜만에 본 멤버도 있다. 세월의 흐름이 느껴지는 얼굴, 자연스러워 보였다. HOT, 신화, 지오디 등 남성 아이돌 그룹이 전성기를 이루던 그때. 좋아하는 가수가 같은 친구들끼리 모여서 티브이에 출연하는 일정도 공유하고, 자기가 좋아하는 가수의 노래가 더 좋다며 말씨름을 하던 시절. 생업이 달린 일도 아니건만 핏대를 올리며 누군가를 좋아하고 옹호하던 앳된 모습이 담긴 기억에 웃음이 났다.
"너무 어두워 길이 보이지 않아
지난 몇 년 동안 길 위에 나 혼자
어두운 터널 속에 흔들거리는 촛불 하나"
- God <하늘색 약속> 중 에서
좋아하는 가수는 다른 그룹이었다. 외모적으로 매력 있거나 남성미와 카리스마가 있는 다른 그룹과 달리 소탈한 지오디에게는 별 매력이 느끼지 못했다. 20년이 흐른 지금 사랑과 죽음, 이별 삶의 일련의 사건을 겪어온 그들과 나의 생채기를 떠올려보며 삶이라는 터널을 통과하는 사람이라는 작은 공통점 만으로도 동질감을 느꼈다. 그 시간을 지나오며 다시 별이 되고, 우상으로 제 자리에 돌아와 노래하는 모습을 보니 위안이 되었다.
상처 없는 삶, 흠이 없는 삶이면 좋으련만. 최선이라 믿으며 선택하고 살아가지만 계획한 대로, 원하는 대로 이루어지기만 하는 게 인생이던가. 때로는 눈물을 흠뻑 쏟을 만큼 자신이 싫고, 부모를 연인을 떠나보내며 허허벌판에 홀로 서있는 감정을 느끼기도 하는 게 인생인 듯하다. 유한한 능력으로 유한한 인생을 살아가고 있기에 우리를 달래 주고 나를 위로하는 음악을 찾게 되는 것은 아닐까.
"어느 날 문득 고갤 들어보니
새파란 하늘이 하늘색 물결이 언제나 그대로 나를 감싸 안아
날 바라보는 곳으로 두 팔 벌려 힘차게 날아"
- God <하늘색 약속> 중 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