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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따뜻한로봇 Aug 10. 2022

누구나 마음 엔 몽골에서 말타기 꿈 있잖아요, (1)

특히나 승마를 시작했다면. 2016년.

2015년 체코 여행에서 체스키 크룸로프의 시골 초원을 1시간 한 번 걸어봤다고 자신감이 +1 상승했다.

그리고 동호회 일정에 맞춰 몇 번 외승 따라가서 자신감이 +2 상승했다.

슬슬 +3 해야 할 때 즘 몽골 외승 계획이 잡혔다.



테를지 국립공원 가는 길



Covid 19 코로나 역병이 돌기 전만 해도 (그러니까 2019년도까지) 봄만 되어도 내가 다녔던 승마장들은 각자 '몽골 승마 여행'을 모집했다. 2016년 다니던 C 승마장에서도 그랬다. 여행 모집하기 전부터 승마장 사장님께 '저 몽골 갈래요 갈 거예요 꼭 가야 해요 불러주세요 저 떼어놓고 가시면 안 돼요'라고 설레발을 떨었던 터라 진짜 계획이 나왔을 때는 흘린 말을 주워 담기 위해서 한번 더 생각할 틈 없이 여행사 입금을 했어야 했다.


대형 여행사에 몽골 외승 프로그램이 있어서 정말 돈만 내고 갔다. 3박 5일짜리 승마 프로그램이었다. 법적인 성인이 된 이후로부터는 늘 혼자 여행을 꾸려 다녀서 이번이 처음으로 간 단체 관광이었는데, 아니 이렇게나 쉬운 여행이! 오히려 신선한 충격이었다. 승마장에서 공항 가는 것부터 차 대절해서 다녔던 터라, 짐도 여행을 위해 줄이는 것이 아니라 항공기 수화물 규정에 코끝까지 차오를 정도로 이것저것 넣어갔다. 


울란바타르에서 테를지 국립공원으로 이동, 테를지 국립공원에서 머물면서 이곳저곳 말을 타는 일정이었다. 내가 생각한 몽골 승마 투어는 현지 가이드와 여행객들은 말을 타고 게르에서 게르로 이동을 하고 짐은 차로 실어 날라주는 걸 생각했는데, 그런 투어는 좀 더 작고 전문적인 여행사에서 취급하는 것 같았다. 외국 승마 투어 프로그램에서도 종종 보긴 했었는데.



[3박 5일 일정]

1일 차 : 승마장에서 인천공항으로 이동. 대한항공 저녁 8시 비행기로 울란바타르로 3시간 동안 날아 간 다음, 시내에서 하루 쉼

2일 차 : 테를지 국립공원으로 이동하고 오후에 승마

3일 차 : 종일 승마

4일 차 : 오전 승마 이후 울란바타르로 다시 이동, 이것저것 여행사 투어 이용

5일 차 : 울란바타르에서 다시 인천으로, 그리고 승마장으로 이동 



계획은 참 좋았다. 지금 다시 가라면 '선생님 저 일주일 간 말만 타도 되겠습니까?' 어느 선생님께 여쭙는지는 모르지만 이렇게 시작하겠건만, '이때는 내가 감히 3일을 탈 수 있을까?'라는 나약한 정신과 몸의 상태라서 첫 몽골치곤 3박 5일은 괜찮은 일정이었던 거 같다.



텐트촌 같은 게르촌



승마장에서 사람들을 모집하다 보니 당시에 약 20명이 모여서 가게 되었다. 순수하게 동호회 사람들만 간 것이 아니라 승마장 이용객 모두가 가는데 동호회 사람들이 끼여가는 형태였다. 학생부터 말 안 타는 보호자, 대충 나이대가 비슷한 동호회 사람들. 사장님 친구분들. 중년 부부. 사업하시는 분들, 평범한 회사원. 

기승 실력도 천차만별... 


지금 와서 추억 보정이 되어서 아름답고 멋진 자연, 처음 타보는 몽골말 등의 기억들이 있지만, 당시로서는 성별과 나이의 혼돈의 도가니로 동상이십몽의 여행이 시작되었다.






[1일 차] : 이동과 이동. 울란바토르에서의 1박


아침에 같은 동호회 회원이 승마장까지 데려다주셨다. 

여행을 위해 챙긴 것은 다음과 같다. 


- 승마 용품 가방 (헬멧, 장갑, 부츠)

- 백팩 (여권, 지갑, 카메라 등)

- 부직포 가방 (갈아입을 옷, 승마복 등) → 면세품 캐리어로 이동


집에 있던 캐리어가 고장 난 상태라, 인터넷 면세점에서 미리 새것을 사놓았었다. 화장품이나 액체, 겔 류의 세면용품도 함께 이 날 인도장에서 받은 뒤 정리 후 게이트에서 수화물로 부쳤다. 잠깐 힘쓸 일 뺴고는 모두 단체 여행 차 대절로 짐 이동이 수월하기에 할 수 있었던 짓이지 않나 싶다.



울란바토르 칭기즈칸 공항



동호회에서는 6명이 갔는데, 여자 4에 남자 2이었다. 다들 조금은 먼 소풍 가는 기분이었다. 

이때 인상 깊었던 일화는, 머리가 몹시 긴 동호회 회원이 면세에서 3만 원 정도 주고 아베다 패들 브러시를 사 왔다. 처음에 '빗을 3만 원이나 줘요?'하고 그저 놀라워하기만 했던 우리였는데, 막상 한 번 써보니 너무 좋아서 다들 아베다 매장으로 달려가서 하나씩 들고 왔다. 지금은 펌 한 머리라서 잘 안 쓰는데, 생머리 일 때는 쓸 때마다 머릿결과 두피가 정돈되는 것 같아서 좋았다. 자연스럽게 광고 같이 글을 쓰긴 썼는데 전혀 협찬받은 거 없는 내 돈 내산이다. 



비행기에서 좌석에 앉을 때 '아' 다르고 '어' 다른 말 한마디를 들었다. 나의 지분은 무대의 나무와도 같이 정말 중요(?)하지만 결국 배경인 정도였지만, 당시에는 그 말을 듣고 기분이 썩 좋진 않았던 일이 있었다. 정말 다른 20명이 말 때문에 이렇게 모여서 비행기를 타고 있고, 앞으로의 3박 5일이 다사다난 역동적으로 흘러가겠거니 그런 생각이 들었다. 실제로도 오해와 오기 속에서 그런 일이 벌어나긴 했다.







공항에 도착해서 나오니 대절 버스와 함께 몽골인 현지 가이드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한국에서 공부한 경험이 있는 몽골인 여자 가이드였는데, 한국말을 정말 잘했다.

한 것도 없이 여기 가세요 저기 가세요 정도 들으며 이동만 했는데도 도착하니 피곤했다.






호텔은 그저 잠만 자고 지나갔다. 승마는 다음 날부터. 

너무 기대해서 못 잘거라 생각했는데 침대에 머리 대자마자 잘 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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