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년 전, 저의 첫 취준시절을 돌이켜 보면 왜 그때는 이런 멘토가 없었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네요.
저는 맨땅에 헤딩하면서 정말 힘겹게 취업에 성공했는데, 그 과정에서 감정적으로 정서적으로 의지하고 도움구할 데가 없다는 게 너무 억울했던 것 같습니다. 우수수 떨어지는 불합격 문자, 불합격 이메일 통보에 자존감은 바닥으로 계속 떨어지는데, 그때는 우는 것 밖에 할 수가 없었습니다.
진짜 찐! 취업성공기, 산전수전공중전 다 겪어본 취업성공 선배를 좀 만나서, 심리적인 좌절감을 그들은 어떻게 이겨 냈는지 너무 궁금했는데 찾을 수가 없었어요. 만약 제가 그런 귀인을 14년 전 만났다면, 2년간 취준재수생이자 도피한 대학원생 신분으로도 안살았었을 것이고, 계속되는 취준실패로 떨어진 자존감은 학력 상승이 아닌 다른 방식으로 쉽게 회복할 수 있었을 것 같습니다.
시중에 사실 이런 경험을 나눈 서적은 아직까지 많지 않네요. 사실 챙피하거든요. 누구나 쉽게 달성한 취업성공이 아니기 때문에 쉽게 자신의 치부를 드러내고 싶지 않을 수도 있고, '직접 겪어보고 부딪혀봐 그게 경험이야' 라는 말 같지도 않은 위로로 변명을 할 수도 있겠죠. 저도 갓 취업했을 때는 사실 그런 마음이었던 것 같아요. '내가 어떻게 여기까지 왔는데! 넌 내 말 몇 마디로 거저 얻으려고?' 라는 심정으로요. 그런데 10년 이상 지나고 보니, '이제는 말 할 수 있다'가 되었습니다. 20대보다는 조금 더 마음의 여유가 생기고 인성의 그릇이 커져서 그런가, 지금은 이런 경험들을 필요로 하는 누군가에게 나누고 싶은 마음이 저를 더 행복하게 하는 것 같습니다.
동기, 선 후배들 앞에서는 쪽 팔려서 쿨한 척 하는 것도 힘들고 그런 내 모습도 짜증나고,
그들 역시 내 눈치 보느라 '잘 될거야, 힘 내' 라는 애써 위로해주는 투상적인 말들은 위로가 되지 않았습니다.
면접정장 입으려면 살 찌면 안되는데 이력서, 자소서 쓰느라 토익, 자격증 공부하느라계속 컴퓨터,책상 앞에 앉아만 있고,
입은 심심해서 계속 뭘 먹게 되고, 운동은 시간이 없다며 늘 뒤로 미루고 있고,
이런 악순환의 삶을 살아갔던 취준 및 취업재수생 시절을 조용히 글로 기록해 보려 합니다.
그 당시에 싸이월드 라는 미니홈피가 있었어요. 거기에 사실 그 시절의 기록이 다 담겨 있었는데, 싸이월드 서비스가 몇 년 전 정지되면서 그때의 기억 기록이 잠겨 있네요. 시대적 부름에 맞춰, 이제는 브런치 라는 플랫폼에 그때의 기억을 하나 씩 풀어 보려고 합니다.
이 코너는
14년 전 취준생이었던 한 30대 후반의 언니가,
13년 직장경력 중 4번이나 이직했던 이직반복러가
오르락 내리락 겪었던 심리적 과정, 시행착오, 그리고 그것을 어떻게 이겨냈었는지잔잔한 수필처럼 솔직하게 풀어 내려가 보려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