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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얀언니selfmotivator Jan 23. 2021

당신의 인성은 안녕하신가요?

모르는 전화 한 통화는 누군가에게 나의 첫인상을 결정짓는 수단이 된다.

직업인으로서 주중 일과를 돌이켜 보면, 수많은 통화, 문자, 그리고 이메일 교신인 것 같다. 크게 이 세 가지 방식의 커뮤니케이션 수단을 활용하여 다양한 사람들과 교신을 한다. 그중 내가 아직까지 두려운 것은 통화이다.


문자나 이메일의 경우, 나의 안건이 상대방에게 그리 매력적이지 않다면 상대방에 의해 씹히던가, 일부 친절한 사람은 회신을 주기도 한다. 보내 놓고 반응이 오면 받아주고, 반응이 없으면 나도 무시하면 된다.


그런테 통화는 그것이 안된다. 일단 상대방이 안 받으면 아무 탈이 없는데, 만약 받았을 때 그 이후 커뮤니케이션을 내가 원하는 방향대로 이끌어가기가 쉽지는 않다. 10명 2명은 친절하게 받는다. 그리고 내가 원하고자 하는 방향대로 설득이 된다. 3명은 일단 받긴 받는다. (대부분 직장에서 받는 경우가 대다수기 때문에 받는 것 자체가 기적인 것이다.) 그런데 지금 통화가 어려우니 나중에 전화 달라한다. 5명은 안 받거나 퉁명스럽게 따지는 듯한 말투로 전화 건 사람에게 무안을 팍팍 준다.


적어도 당신의 경력을 (그것이 최신 것이든 예전 것이든) 긍정적으로 생각해서 연락한 사람한테 퉁명스러운 말투는 진짜 비매너인 것 같다. 요즘 워낙 개인정보 보호가 강화된 세상이기에, 내가 오픈한 적이 없는데 내 번호를 알고 전화한 이상한 사람이 많은 것 나도 안다. 역지사지의 원칙을 적용하여, 그런 불상사를 방지하고자 처음부터 내 직업을 소개하며 운을 띄운다. 당연히. 그래야 서로 오해가 없으니까. 그렇다면, 적어도 아 스팸광고전화라는 생각은 안 들 텐데, 그렇게 내 직업을 소개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불편한 태도로 대화를 이끌어가고 끝내려는 사람들이 꽤 있다.


수년 전 내가 그들의 입장이었을 때 나는 그랬던 적이 있었나 곰곰이 생각해 봤다. 적어도 내가 기억하는 한, 나는 내 경력을 좋게 봐주시고 연락을 준 분들께 생각해 주셔서 감사하다는 인사를 먼저 했던 것 같다. 공치사한답시고 그분들로부터 감사하다는 인사 들으려고 이 일을 하는 것은 아니지만, 자본주의 무한경쟁사회에서 수천 개의 서류 중 내가 선택되어 스카우트 기회를 구두로 제안받았다는 것만으로도 극히 적은 확률을 뚫고 간택된 것일 테니까 말이다. 확률적으로 기적 같은 일이라는 것이다.


좋은 취지로 연락한 사람에게 최소한의 전화매너는 지켰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그래야, 지금 제안받은 자리가 타이밍이 맞든 안 맞든, 내가 뜻이 없든, 어떠한 이유로 거절하게 될지라도, 내가 아쉬워질 때, 내가 뜻이 있을 때, 내가 정말 그 자리가 간절해질 때, 기적 같은 확률을 다시 만날 수 있는 기회가 될 테니까 말이다. 앞으로 내가 해야 할 일은, 전화통화를 두려워하지 말자. 무덤덤하게 극복해야 할 과제다. 철판 두껍게. 그러거나 말거나. 인성 글러먹은 사람들에게는 나도 다시 연락하고 싶지 않더라. 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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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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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휴. 진짜. 오늘은 별 일이 다 있었다. 사실 오늘 처음 있었던 것은 아니고 두 번째 인 듯하다. 둘 다 다른 사람으로부터. 정말 매너도 이런 똥매너가 없다. 어떻게 저런 매너로 사회생활을 하는 것인지. 나이도 드실 만큼 드신 분들이, 사회생활 나만큼 해보신 연배의 분들이 전화매너는 아직 뭐 같은 경우가 많다.


처음에는 모르는 번호로 오는 전화니까 뭐지 하면서 친절하게 받았을 것이다. 뭐 친절까지는 아니더라도 단 받았지 않았는가. 그러면 상대방의 용건이 무엇인지는 들어봐야 하는 것 아닌가. 인적사항 확인하고 내 직업을 소개하는 순간 전화를 그냥 끊어버린다.


뭐지???

처음에는 너무 순수한 마음에 실수로 모르고 통화 종료 버튼이 눌러진 것인가, 아니면 갑자기 직장상사가 자리로 들이닥쳤거나 그래서 이직, 구직 관련해서 논의할 상황이 안되었거나 뭐 엘리베이터에 탔거나 등등 아주 다양한 '선(善)한' 배경의 경우의 수를 상상하며 전화가 다시 오기를 기다렸다. 한 2-3분 정도? 아니면 문자로라도 본인이 왜 그렇게 급히 끊을 수밖에 없었는지에 대한 상황 설명이라도 오길 기다렸다.


그런데 내가 너무 순진했다. 순진해 빠지다 못해 아주 멍청했다. 5분이 지나도 10분이 지나도 그 사람들의 콜백은 없었다. 물론 기다리다 못해 내가 문자를 남겨 놓긴 했다. 내가 용건이 있는 사람이었으니까. 그럼에도 그 문자에 대한 답변 조차 오지 않았다. 내 연락을 무슨 스팸광고전화, 보이스피싱 전화와 동급 취급을 하는 건가 싶었다. 딱 그거지 뭐. 지금 돌이켜 생각해 보면 그렇다. 그래서 지금 아주 기분이 나쁘다. 자존심이 상한다.  업무 끝내고 근 5시간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씩씩거릴 만큼!


그냥 나 혼자 느끼는 자격지심이라고 치부하기에는 충격이 꽤나 컸다. 내 직업이 그렇게 스팸광고전화 돌리고 있을 만큼 시간이 여유로운 것도 아니고 나름 고심하고 고심해서 당신들을 선택했고 비싸디 비싼 내 시간을 당신들께 손수 내어드려 좋은 자리 제안하겠다는 게 용건이었기에 돈을 달라는 것도 아니고, 투자를 하라는 것도 아니고, 땅을 사라는 것도 아니다. 짧게는 1-2분, 길어야 5분가량의 시간이 소요되는 것뿐인데 저렇게까지 전화로 무시를 당하니 저런 사람들한테는 두 번 다시 전화하고 싶지 않다.


그분들도 뭐 내 번호를 차단해 버렸을 수도 있겠지. 그렇지만 난 아쉬울 거 없는 위치고, 그분들은 언젠가 타이밍이 되면 이직, 구직이 아쉬워질 때가 될 위치고. 아무리 스팸광고전화라고 하더라도 내가 받기 싫은 전화라도 일단 내가 받았으면 난 그렇게 무식하게 끊어본 적이 없어서 저 상황이 더 이해가 안 가는 것도 있다. 저렇게 몰상식하게 끊어버릴 전화였으면 차라리 안 받고, 연락 두절, 수취 불가 상태로라도 있으면 그 사람들에 대한 선입견은 안 생겼겠지. 그런데 옛 어른들 말처럼 하나를 보면 열을 안다고. 나도 저런 무개념 전화예절 갖춘 아줌마 아저씨들한테 좋은 자리 제안해 주고 싶지도 않다. 아무리 그들이 100% 200% 적합한 경력을 갖고 있더라도.


Why?


아직까지는 우리 사회에서 인간 대 인간이 하는 일에는 '인성'과 '태도'를 늘 디폴트로 깔고 가기 때문이다. 그게 무너지면 그 이후 일은 진행이 안될 확률이 높고, 운이 좋아서 진행된다 하더라도 순탄치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어떨 때 보면 사회경험 전혀 없는 대학 졸업반 친구들이나 1-2년 차 신입사원 갓 지난 친구들이 아직 사회의 구정물을 덜 마셔서 그런가 전화예절만큼은 순수하고 예의도 바른 것 같다. 그들도 속으로는 다른 생각 하겠지. 그래도 '표면적으로' 드러나는 태도에 비매너라는 단어는 일단 보이지 않는다. 기본은 한다는 것이다. 이런 것을 지향해야 할 필요는 있다. 포커페이스(poker face)처럼 포커애티튜드(poker attitude)도 사회생활을 하는 사람이라면 어느 정도 갖춰야 할 스킬이라고 생각된다.

사실 나이 더 먹은 사회 선배들이 모범을 보여야 하는 부분인데 남 뭐라 하기 전에 나부터 돌아보고 더 모범적인 어른으로 살아가자. 그리고 전화예절은 얼굴 한 번 본 적 없는 사람들끼리 신뢰를 쌓을 수 있는 가장 첫 커뮤니케이션 수단임을 명심하자!  


오늘도 이렇게 또 하나 배운다.


커리어디자이너 하얀언니

(사진출처 gettyima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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