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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얀언니selfmotivator Jan 17. 2021

당신의 그 '갑'질

집에서 애들한테나 부리시든가

업무를 하다보면 불가피하게 근무시간이 아닌 때에 상대방에게 전화를 해야 할 때가 있다. 그럴 때는 사실 문자로 미리 통화 가능한지 물어보고 상대방으로부터 직접 전화가 오게 하거나 '괜찮다'라는 답변을 받으면 통화하는 것이 가장 정석이다.


그런데 하필 그날따라 그런 문자는 스킵해야 될 정도로 매우 급한 문제였다. 그래서 저녁 7시대에 정말 불편한 마음을 무쓰고 상대방에게 전화를 걸었다. 업무로서 말이다. 그래 전화를 받지 않으면 문자를 남겨 놓으면 되니까. 일단 걸었다. 그런데 다행히 바로 연결이 되었다. 사회생활 좀 해 본 사람으로서 기본적인 전화매너를 지키고자 이렇게 시작했다.


"(솔직히 아주 늦은 시간도 아니었지만) 늦은 시간에 정말 죄송합니다. 잠시 통화 가능하세요?"


라고 양해를 구하고 용건을 시작했다. 그런데 결국 그 상대방은 통화 말미에 상당한 불쾌감을 드러내며 격양된 어조로


"그런데 앞으로는 저녁 6시 넘어서는 전화 안 주셨으면 좋겠어요. 들어보니 저한테는 별로 급한 용건이 아닌 것 같은데요."


란다. 같이 화를 내면 나도 똑같이 격(格) 떨어지는 수준 낮은 인간이 될까봐, 알겠다 하고 다시 한번 사과를 하고 무미건조하게 끊었다. 솔직히 아무렇지 않게 하고 끊었지만, 전화를 끊고 나서 한동안 심장이 벌렁벌렁했다. 대체 이 사태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지, 내가 지금 어떤 통화를 했고 어떤 일을 당한 것인지. 당신이 대체 뭔데 나에게 이런 기분 나쁜 감정을 느끼게 하는지. 직장 생활하는 동안에도 느껴보지 못했던 '신선한 종류'의 기분 나쁨이었다.


내부적으로 상의를 드렸다. 그랬더니 회사 대표전화로 본인은 저녁 7시에 전화해서 의뢰했단다.

그래 놓고 나에게는 6시 넘어서 전화하지 말아 달라니 이 무슨 이기적인 경우인가.


솔직히 밤 9시도 아니고 쿨쿨 자는 새벽 2시도 아닌데 저녁 7시대에 걸려온 업무 전화가 그렇게 화를 일인가 싶다. 업무시간 이후에 걸려온 업무전화가 좀 불편할 수는 있다. 내가 상대방이었더라도 반갑지는 않았을 것이다. 나도 직장인일 때 그런 경험이 수도 없이 많고, 지금 이 업을 하면서도 후보자들로부터 저녁 6시 이후부터 줄기차게 전화 올 때도 많다. (그들은 퇴근을 해야 편하게 나와 통화하실 수 있는 분들이기에). 퇴근하고 휴식하고 있는데, 업무 관련 전화가 오는 것이 반가운 것은 아닌 것은 맞다. 그렇지만, 화를 낼 일은 아니라는 것이다. 그건 엄연한 '갑'질이다.


사실, 그렇게 나에게 화를 낸 그 상대방도 전화를 끊고 상당히 민망했으리라 짐작된다. 그렇지 않았다면 진짜 나쁜 사람이다. 그런데 그 다음날 그나에게 다른 용건으로 전화를 걸어왔고, 그 어떤 사과의 말도 없었다. 그렇게 미성숙한 자신의 태도에 대해 '어제는 제가 죄송했습니다.'라는 말은 없었다. 딸이 친정엄마한테 있는 성질 없는 성질부려 놓고 아무 사과 없이 아무 일 없었던 것 같이 편하게 대할 수 있는 그런 사이가 아니다. 비즈니스 관계에서 사과는 확실하게 해야 하는 것이다. 그냥 얼렁뚱땅 어가는 것이 아니라.


우리는 그 누구에게도 함부로 대할 수 있는 권리 없다. 그리고 누구나 실수할 수 있다. 렇지만 그것을 인정하고 사과하는 것은 각자의 몫인 것 같다. 땡큐라는 말 보다 쏘리라는 말이 더 중요한 법. 난 저런 사람이 되지 말아야지.


당신 인성의 그릇은 딱 그 정도. 당신은 나에게 아직 그 어떤 대가도 지불한 적이 없습니다. 그러니 이런 어이없는 '갑'질은 엄한 데다 하지 마시고, 딴 데 가서 하시죠.


셀프모티베이터 하얀언니

(사진출처 gettyima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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