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하얀언니selfmotivator Jan 17. 2021

기업에 대처하는 직업인의 자세

우리가 돈이 없지 가오가 없냐 - 영화 베테랑 -

2020 NOVEMBER 


인재채용 컨설턴트로서 처음으로 채용사와 미팅을 했다. 첫 외근이었다.


강남에 위치한 작은 기업이었는데, 과거 직장인 같았으면 법인카드로 시원하게 택시비 결제하고 두 다리 편하게 다녀왔었을테지만, 프리랜서는 법인카드가 없기 때문에, 외근을 가더라도 모두 개인 비용이다. 다행히 9호선 급행을 타고 다녀올 수 있어서 교통비는 왕복 3,000원 조금 안들었다. 비용도 절약했고, 운동도 되었고, 택시타는 것보다 훨씬 빨리 다녀올 수 있어서 일석삼조였다.  


교육기간에 배웠던 것 중에 진심으로 느낀 것이 있다면, 절대 '을'처럼 일하지 말라는 것이다. 

일거리를 주는 기업이든 훌륭한 인재든 그 가운데 위치한 우리들은 갑, 을, 병, 정도 아니고

모두 대등한 관계에서 전문가로 일하는 마인드셋이 중요다는 뜻이었다.


흔히들 이런 서비스업종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이런 기업들을 고객사, 광고주, 혹은 client 라고 부르지만 그 '고객'이라는 단어가 주는 어감이 굉장히 우월감을 준다. 그렇지 않은가. 고객이 왕이다 라는 말도 있듯.  그래서 나는 고객사보다는 채용사 아니면 기업이라는 단어를 더 자주쓰고 그렇게 하려고 노력 중이다. 사실 그게 더 정확한 표현인 것 같다.


로펌에서 근무했을 때만 해도 client 가 요청한 사항이면 무조건 응답해야 했었다. 17시50분에 고객사 빌링담당자가 전화와서 오늘까지 수정된 인보이스 재발행해서 보내 주세요. 라고 요청이 오면 천재지변이나 경조사로 인한 부재 이외에 그 어떤 excuse도 허용되지 않고 그날은 무조건 야근 각이었다. 고객이 늘 최우선이라는 마인드로 일하라고 했었으니까. 


현실적으로 tangible goods 유형의 재화를 제공하는 제조업이나 소비재 아니고서는, intangible goods 즉 무형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컨설팅 업종에 있는 사람들은 이러한 현실적 어려움이 존재하는 것이 사실이다. 나름 전문직종에 종사하는 사람들인데, 그리고 서로 잘 먹고 잘 살자고 협업하는 관계에 있는 사람들인데, 적어도 17시50분에 전화해서 저런 요청을 할거면 '퇴근시간 다 되서 이런 요청 드려 죄송합니다만' 과 같은 쿠션어라도 좀 달아주는 센스가 필요할 것 같다.


앞으로 채용기업을 대할 때는 저렇게 로펌비서 신입 때 뭣모르게 탑재했었던 굽신굽신 마인드, 교육받았던 '하라면 해, 고객의 부름인데 맞춰 드려야지' 이런 '을' 마인드는 좀 버리려고 한다. 너무 순수했던 사회초년생 시절이라 아직까지 내 DNA에 저런 마인드가 남아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돈이 다가 아닌 세상이고, 심지어 지금 하는 업은 선수금 착수금 이런 형태로 가는 것이 아닌, 100% 후불제다. 성사가 되어야 돈을 받는 구조. 그러니 더더욱 그럴 필요가 없는 것이다.


아 참, 아무리 내가 기업들과 실질적으로 동등한 위치라는 마인드로 정신무장하고 일 한다고 해도, 표면적인 갑을 관계라는 것은 인정한다. 그래서 겸손해야 하고, 상대방에 대한 이해와 배려는 필수다. 그렇지만 그것도 과유불급. 지나친 겸손, 이해, 배려는 자신의 멘탈에 독이 될 수도 있다. 그것도 정도껏, 자존심은 지키면서, 격(格) 떨어지지 않게.


영화 베테랑에서 황정민이 외치던 이런 대사가 생각나다.

"우리가 돈이 없지, 가오가 없냐?"


전문 직업인으로서 최소한의 품격은 지키면서 성장하자. 


셀프모티베이터 하얀언니

(사진출서 gettyimage)

매거진의 이전글 롤러코스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