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벚꽃 엔딩

April

by 작가님



몇 주 전만 해도 앙상하던 나뭇가지에 뽀얀 벚꽃이 흐드러지게 피었다. 주말에 비 소식이 있어서 평일에 시간 내서 석촌호수 벚꽃 명소에 다녀왔다. 맨날 투닥거리는 남편과 벚꽃 분위기에 취하고 잘 익은 한우 등심에 마음이 녹아 서로를 향한 눈빛과 말투가 부드러워졌다. 마음이 한 껏 들뜬 나는 일상에서도 그날의 기분을 유지하려 했다. 그러나 무뚝뚝한 40대 가장이 되어버린 현실 남편은 그 모습을 낯간지러했고 덩달아 옆에서 보고 있던 딸은 "엄마 그런 건 연애할 때 하는 거야"라고 쐐기를 박았다.



주말엔 가족들과 한강으로 자전거 라이딩을 나갔다. 탄천을 따라 달리는데 야구장에서 응원소리가 들리니 마음이 뛰었다. 날씨가 좋고 바람이 시원해 자전거 타기 좋았고 한강라면은 언제 먹어도 맛있었다. 그러나 문제는 내 체력이었다. 가족 맨 뒤에서 자전거를 타고 따라가는데 자꾸 거리가 멀어지고 숨이 찼다. 철인 3종경기를 쉬면서 하는 쉬엄쉬엄 한강 3종 경기를 나가고 싶어서 가족의 만류에도 티켓팅을 해놨는데 이런 상태라면 못 나갈 게 뻔했다. "나 경기 못 나갈 거 같아"라고 하자 가족들 모두 이구동성으로 "내가 못 한다했지"라며 맞장구를 쳤다.



새벽에 천둥 치고 비가 와서 벚꽃이 많이 떨어졌다. 벚꽃이 꽃잎이 떨어지기를 무서워해서 안 피지 않는 것처럼 나도 꿋꿋이 나의 길을 가야겠다. 가족들이 "그럴 줄 알았다"며 나를 놀려도 조금 무안하면 그뿐이다. 안 해서 후회하는 것보다 하고 나서 후회하는 게 백 번 나으니까.



#벚꽃

#벚꽃엔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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