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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동 Jan 05. 2022

생각을 당하지 않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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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스토리를 봐주는 팔로워들에게 감사와 사과의 말을 전합니다.


대학교 3학년 때였던가, 졸업을 위해 들어야 했던 교양 수업에서 교수님이 몇 번이고 강조한 게 있었다.


생각을 하십시오. 생각을 당하지 마시고.

나중엔 생각을 당하는   심해질 것입니다.

여러분의 생각이 맞는지  구분해야 합니다.


여러 번 듣다 보니 잊으래야 잊을 수가 없었다.

게다가, 나는 생각을 당한다는 게 너무 신선한 어법이라 더 기억에 남았다.

하지만 그와는 반대로, 사람이 생각을 하지. 어떻게 당할 수가 있나? 라며 코웃음을 쳤었다.


몇 년 뒤, 나는 생각을 당하고 있었다.


비단 나뿐만은 아닐 것이다. 글을 읽으면, 그 밑의 첫 번째 베스트 댓글이 바로 내 생각이 되어버렸다. 더 어이가 없는 건, 그 생각이 내 생각인 줄 알고 그에 반하는 댓글들 내가 화를 냈다. 열심히 화를 내고 나면 허탈함만 남았다. 나는 누굴 위해 화를 낸 거지? 일단 나는 아니고.


SNS를 하다 보면 피드에 내가 좋아할 만한 콘텐츠들을 추천해준다. 정확하게 말하면, 나와 같은 단어를 검색한 연령대가 통계적으로 많이 클릭하는 콘텐츠들을 피드에 띄운다. 그래서 나는 좋아하는 운동선수들을 검색하고 나면 피드에 별별 콘텐츠들이 도배되는 것을 경험한다.


사실, 콘텐츠들의 제목이 호기심을 자극해서 보고 싶게 만든다. 하지만 한 번, 두 번 보다 보면 불쾌감이 남아있다. 내가 생각을 당하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는 것이다. 단순히 정보전달의 콘텐츠들도 있겠지만, 어떠한 콘텐츠들은 은연중에 만들고자 하는 흐름을 약간의 과장과 함께 내비친다. 그걸 보는 나는 사실관계를 명확히 파악하기 전에, 감정이 자리 잡는다. 이미 감정이 자리 잡게 되면, 어마 무시한 반전이 있지 않는 이상, 이미 필터 처리가 된 정보들만이 나에게 입력이 된다. 아는 만큼만 보이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콘텐츠 내용이 궁금하면 직접 검색을 한다. 사전을 보고, 뉴스를 본다. 여기서 중요한 건 댓글을 보지 않는 것이다. 정 보고 싶으면, 이에 대한 내 생각을 정리한 뒤 본다. 그러면 어느 정도 호기심이 충족된다. 이렇게까지 노력하는 이유는, 생각을 당하게 하는 콘텐츠들은 긍정적인 내용보다는 긍정적이지 않은 내용들이 있고, 나는 어떤 대상을 싫어하는 게 너무 힘들기 때문이다.


어떤 대상을 싫어한다는 것은 굉장한 에너지를 쏟는 일이다. 어쩌면 좋아하는 것보다 더. 그래서 나는 몇 년 전부터 '싫어한다'는 감정을 쓰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차라리 화를 냈다. 부딪혔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을 싫어하지 않도록 화내고 싸웠다. 당연히 상대방을 존중하는 것을 전제로 한다. 갈등을 빚고, 싸우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다 보니 어느 순간 나는 '싫어하는' 게 없어졌다. 왜? 싸워서 그 감정을 모두 태워버리니까.


그래서 피드를 싫어하는 게 나에게는 또 신선한 경험이었다. 내가 지금 싫어하는 대상이 누구인지도 명확하지 않으니 얼마나 의미 없는 소모전인가. 나는 오늘도 에너지, 파동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 노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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