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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동 Feb 09. 2022

[짧은 서평] 눈풀꽃, 루이스 글릭

절망을 안다면, 당신은 겨울의 의미를 이해할 것이다.

격동의 시기에 극적으로 이루어졌던 상담이 마무리되고,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2년의 시간이 흐른 후 다시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대학원 복학을 결심했다. 하지만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고, 같은 실수를 반복한다는 말을 믿기에, 내가 이번에는 잘 해낼 수 있을까, 라는 두려움 반. 잘 해낼 수 있을 거 같아, 라는 설렘 반의 마음이 버거웠다.


그러다 상담 선생님이 떠올랐고, 약속을 잡고 만나서 그간의 이야기들을 나누며 또 한 번 위로를 받았다. 약속 장소에 도착했을 때, 선생님은 책을 읽고 계셨는데, 그게 바로 엮은이 류시화의 ‘마음 챙김의 시’였다. 나에게 선물로 주셨는데, 지금도 마음이 힘들 때 읽으면 크게 위로가 된다. 앞으로 내 마음을 두드렸던 시들을 골라 정리해보려한다.


여러분에게도 위안이 되길 바란다.



이번에 소개할 시는 루이스 글릭의 눈풀꽃이다.


눈풀꽃은 가장 이른 봄 땅속 구근에서 피어 올라오는 작고 흰 꽃으로, 설강화라고도 불린다.


내가 어떠했는지,
어떻게 살았는지 아는가.
절망이 무엇인지 안다면 당신은
분명 겨울의 의미를 이해할 것이다.


이 구절이 나에게는 연대로 느껴졌다. 내가 힘들게 살았는데, 당신도 그러한가. 그렇다면 당신은 겨울을 알겠구나. 내 겨울은 이러했어.


나 자신이 살아남으리라고
기대하지 않았다,
대지가 나를 내리눌렀기에.
내가 다시 깨어날 것이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
축축한 흙 속에서 내 몸이
다시 반응하는 걸 느끼리라고는.


앞에서 말한 것처럼 격동의 시기를 보낼 땐 지금이 찾아올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했다. 그 당시에 썼던 일기를 보면 몇 번이고 반복한 말이 ‘오늘 버티면, 아주 나중에 오늘을 죽지 않고 버틴 것을 다행이라고 생각하는 날이 올까?’ 였다. 이 질문도 처음에는 올거야. 에서 올까? 올 수 있을까? 과연 올까? 로 바뀌어가던 기억이 난다.

지금은 버텨줘서 고맙다고, 장하고, 자랑스럽다고 이따금씩 나에게 말을 해주곤 하는데, 이 시는 내 마음을 대변해준다.


그토록 긴 시간이 흐른 후 
가장 이른 봄의
차가운 빛 속에서
다시 자신을 여는 법을
기억해 내면서.


다시 자신을 여는 법, 나는 그 방법을 알았던가. 나는 기억해내지 못해 하나씩 배워갔다. 서툴게, 실수하고, 후회하면서. 그렇게 여러번을 넘어지고 다시 일어나면서 배웠고, 지금도 배우고 있다. 넘어지는 걸 두려워하지 않는다. 다시 일어나는 방법을 배웠으니까.


나는 지금 두려운가. 

그렇다, 하지만
당신과 함께 다시 외친다.
'좋아, 기쁨에 모험을 걸자.'

새로운 세상의 살을 에는 바람 속에서.


나는 여전히 두렵다. 하지만 이것은 생존 본능이니 부정적일 것도 없다, 선생님이 그러셨다. 그래도 외친다. 다시 해보자고. 유튜버 알간지 채널에서 배우 이준이 나와 인터뷰를 했던 컨텐츠가 떠오른다. 그때 이준이 했던 말 중에 가장 인상깊었던 말이 있다. 

두려움이 많지만 포기할 수는 없어 매번 도전한다.

맞다. 포기할 수는 없다. 그래서 살을 에는 바람 속에서도 기쁨에 모험을 건다. 하지만 함께다. 함께 다시 외친다. 나는 당신과 함께 외치고, 당신도 나와 함께 외친다.

좋아, 기쁨에 모험을 걸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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