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서울에 왜 집착을 하는가?
나는 서울 내국인 노동자이다. 서울에 대한 환상이나 동경 따위는 원래 없었다. 단지 내가 원하는 직업이 서울에 있었기에 무작정 올라오게 되었다. 중소기업 전세자금 대출로 8천만 원을 빌리게 되었고 부모님께 2천만 원을 빌려 1억이라는 돈으로 살 집을 구하게 되었다. 지금 집을 구하기 전 3개월 정도 단기 임대로 직장과 가까운 곳에 살아봤기에 직장과 집이 가까운 곳이 살기 좋다는 걸 알고 있었다.
그러나 내가 가진 돈으로는 직장과 가까운 곳에 사는 것은 역부족이었고 한정거장 한정거장 멀어져 회사에서 아홉 정거장 멀어진 곳으로 정하게 되었다. 중개사가 집을 소개해주었고 내가 살고 있던 지방과 서울은 돈의 의미가 다르다는 걸 체감하게 되었다. 역세권이라 부르기 민망한 역에서 15분 거리와 70도 정도의 경사를 가지고 있는 이곳이 나의 거주지이다.
지방에 있는 몇몇 친구들은 굳이 비싼 서울에서 왜 사는지 가끔 묻곤 한다. 나도 막연한 의문이 있었는데 애써 부정하고 있었던 것 같다. 친구도 없고 집도 없는 이곳으로 사람들이 오는 이유는 무엇일까? 집값이 손에 잡히지도 않고 교통지옥이라는 이곳에 올라와서 사는 이유는 무엇일까?
생각보다 이유는 명료했는데 바로 서울이라는 그 자체였다. 서울이라는 곳의 환경적 특성상 쉴 틈 없이 바쁘게 살지 않으면 도태된다는 것 그만큼 서울에서 무언가를 하고자 하면 손에 잡히는 반경 안에 위치해있다. 머리속에서 명료하게 생각이 정리된 순간 더 이상 나는 서울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되었고 그렇게 나는 서울 내국인 노동자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