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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단단한 뇨뇨 Nov 23. 2021

나를 넘어서고 싶었습니다.

새로운 팀들의 요양보호사 수업이 시작되었다.

간단하게 나의 소개를 하고, 학생들의 이야기가 듣고 싶었다.


" 왜 요양보호사가 되고 싶나요?"


"저는 부모님을 간호하기 위해 요양보호사가 되고 싶습니다. "

"저는 돈을 벌고 싶어요."

"아이들을 키우고 돌아보니 저는 아무것도 할 수 있는 게 없었어요. 문밖을 나가고 싶었습니다.

무엇이든 배우자. 다짐하고 여기로 왔습니다. "

"100세 시대 쓸모 있는 자격증 같아 따고 싶었어요."


( 중략)


맨 앞자리 모자를 눌러쓴 한 할아버지의 차례가 되었다

"선생님은 왜 요양보호사가 되고 싶으세요?"

.

.

.

.

"저는 나를 넘어서고 싶었습니다.

나를 증명해 보이고 싶었어요.

취업이 목표가 아니라

80세이지만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 주고 싶었습니다. "



순간 가슴이 찡했다.

그는 30년 넘게 컴퓨터 분야에서 일했다고 했다.

어느 날 자식들이

" 아버지 변했어요. 아버지는 늙었고 치매 같아요"

비수 같은 그 말을 인정할 수 없었다고 했다.



치매센터에 가서 검사도 했고, 두 문제만 틀렸는데 자식들은 자신을 치매로 치부했다.

모자를 눌러쓰고 가장 앞에서 수업을 듣는 그를 유심히 관찰하게 되었다.

나의 말을 하나라도 놓치지 않게 형광펜으로 별표를 치고, 줄을 그으며 메모를 하고 있었다.



쉬는 시간이 되어 그에게 다시 다가갔다.

" 혹시 수업이 너무 빠르거나 이해가 가지 않으면 질문을 해주세요.

쉬는 시간에라도 살짝이 이야기해 주시면 다시 가르쳐 드릴게요"

" 저는 괜찮습니다. "

노트에는 반듯하게 쓰인 노트 필기가 보였다.

젊은 시절 얼마나 철저하게 자기 관리를 했는지 필기와 수업 태도만 봐도 알 수 있었다.



할아버지는 멈칫하다 나에게 질문을 했다.

"선생님, '괜찮아요' 할 때 글자가 괜자 맞나요?"

'괜' 자를 써 놓고 한참을 쳐다보고 계셨다.

매번 쓰는 글자인데 오늘은 전혀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했다.

"어제 배운 유튜브 검색도 오늘 되니 새하얗게 됐는데... 선생님 제가 정말 치매일까요?"

" 저도 가끔씩 그럴 때가 있는걸요?"



한동안 그는 노트를 응시한 채 있었다.

' 내가 정말 치매일까? 아닐 거야.. 그렇지만 조금씩 기억나지 않는 것들이 있을 때 아이들이 나를 봤는지도 모르지.. '

혼자 말을 하면서 씁쓸해했다.



평생 컴퓨터 관련 업무를 하면서 수없이 인터넷을 사용했을 것이다.

유튜브를 어떻게 시작하는지 기억하지 못했다.

내가 익숙했던 일들이 기억 속에서 하나씩 사라진다는 것은 어떤 느낌일까?

마치 매일 누르던 도어록의 비밀번호를 잊어버려 수십 번 시도하다 가슴이 철렁하는 절망과도 같을까?

문득 나 자신이 치매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면 나는 어떤 느낌이 들까?



괜스레 마음이 심란하다.

2시간 40분 수업 동안 혹여나 80세 학생이 길을 잃지 않을까 자꾸 마음이 쓰였다.

부디 80세 학생이 자신을 뛰어넘고 싶었다는 다짐이 현실이 되길 바란다.

혹여나 합격하지 못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가 80세라는 나이에 공부를 결심하고 (현실의) 자신을 뛰어넘고 싶다는 생각을 갖은것이야말로 정말 박수받아 마땅하다고 생각했다.

아마 그는 내가 가르치는 학생들 중에 최고령이면서도 가장 용기 있는 사람이 아닐까?



마지막까지 나는 그를 응원할 것이다.

나 스스로도 현제의 내 모습에 안주하지 않겠다.

매일 어제의 나를 넘어서는 단단한 뇨뇨가 되길.

2시간 40분 동안 조금의 흐트러짐 없이 나를 응시하던 80세의 학생의 눈빛을 오랫동안 기억하고 싶다.



#나를넘어서는용기

#평생학습

#공부

#매일글쓰기

#글감 모으기

#생각정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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