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등산길을 오르다
코끝에 맺히는 강렬한 추억이 나를 멈추게 합니다.
두리번두리번
향기를 따라 가보니
녹색 풀숲에 수줍게 핀 인동꽃
5월이면 인동꽃 한 줌에
손주들 과자 선물
또한 줌에
병든 남편이 좋아하는 술 한 잔
인동꽃 한 자루에
살림살이 살 생각으로 신이 났지요.
아직 동도 다 트지 않은 가파른 뒷산을
넘어지고, 숨을 헐떡거리며 올랐겠지요.
이슬 가득한 풀숲을 헤치며
거친 손으로 자루에 앞치마에 한가득 담아왔던 우리 할매
손주들 줄 빨갛게 익은 산딸기를
인동꽃 한가득 자루에 담아 올 때면
달달한 빨간 보석에
인동꽃 향기가 가득 베었지요
녹색 가득 풀숲에 누가 볼까 몰래 숨어
수줍게 피어있는 오늘 아침 인동꽃
하얀색, 노란색 그 수수한 꽃을 따서
크게 폐까지 들여 마셔 봅니다.
밑동을 잘라 값비싼 주스를 마시듯 아껴 아껴 조심히 빨아 봅니다.
30년 전
우리 할매가 풀숲을 헤치고 따왔던 그 향이 ,
그날의 이른 아침 공기가
햇볕에 고이고이 인동꽃을 말리며 장날만 기다리던
그때의 우리 할매가
눈물로 왈칵 ...
목구멍을 타고 들어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