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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단단한 뇨뇨 May 27. 2022

우리 할매꽃 인동꽃


새벽 등산길을 오르다

코끝에 맺히는 강렬한 추억이 나를 멈추게 합니다.

두리번두리번

향기를 따라 가보니

녹색 풀숲에 수줍게 핀 인동꽃



5월이면 인동꽃 한 줌에

손주들 과자 선물

또한 줌에

병든 남편이 좋아하는 술 한 잔

인동꽃 한 자루에

살림살이 살 생각으로 신이 났지요.


아직 동도 다 트지 않은 가파른 뒷산을

넘어지고, 숨을 헐떡거리며 올랐겠지요.

이슬 가득한 풀숲을 헤치며

거친 손으로 자루에 앞치마에 한가득 담아왔던 우리 할매


손주들 줄 빨갛게 익은 산딸기를

인동꽃 한가득 자루에 담아 올 때면

달달한 빨간 보석에

인동꽃 향기가 가득 베었지요


녹색 가득 풀숲에 누가 볼까 몰래 숨어

수줍게 피어있는 오늘 아침 인동꽃

하얀색, 노란색 그 수수한 꽃을 따서

크게 폐까지 들여 마셔 봅니다.

밑동을 잘라 값비싼 주스를 마시듯 아껴 아껴 조심히 빨아 봅니다.


30년 전

우리 할매가 풀숲을 헤치고 따왔던 그 향이 ,

그날의 이른 아침 공기가

햇볕에 고이고이 인동꽃을 말리며 장날만 기다리던

그때의 우리 할매가

눈물로 왈칵 ...

목구멍을 타고 들어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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