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는 독특한 회사다. 일본기업인지 한국기업인지 물어보면 선뜻 대답하는 이가 드물다. 일본기업이라는 사람은 롯데를 부정적으로 평가하는 인물이다. 한국기업이라는 사람은 야구단 자이언츠를 이야기한다.
롯데 창업주 신격호는 한번도 국적을 바꾼적이 없다. 끝까지 한국인이었다는 뜻이다. 그런데 1945년 해방 직후 한국으로 돌아오지 않고 일본에 남았다. 군수화학공장 운영 경험을 살려 화장품을 만들다 비누로 대박을 쳤고, 다시 화학 지식을 활용해 껌으로 왕국을 건설했다. 그 뒤 초콜릿, 드링크, 빵 등으로 범주를 넓혀 나가며 계속 해보지 않은 사업에 도전했다.
어린시절의 동주, 동빈과 신격호(1960년대)
일본에서 15년간 성공가도를 밟은 후 고국에 금의환향하는 심정으로 진출했다. 처음에는 정유공장, 제철소를 기획했지만 번번이 정부에 배신당했다. 결국 일본현지의 잉여자본과 부동산을 담보로 한국의 제과업을 더욱 키우는데 주목한다. 그리고 1970년대 외화획득이 절실했던 군사정권의 이해관계와 맞물려 호텔사업과 백화점 사업에 뛰어들었고, 1980년대 경제호황과 올림픽경기가 겹치며 일본보다 더욱 큰 관광유통제국을 롯데는 이뤄냈다.
이런 역사때문에 신격호는 말년에 롯데는 반은 한국, 반은 일본 기업이라는 독특한 해석을 내놨다. 얼핏 사업가의 수완으로 볼 수도 있지만 롯데라는 말의 근원을 살펴 보면 그의 마음을 읽을 수 있다. 롯데의 원명은 샤롯데, 괴테 작품의 여주인공이었다. 괴테는 평생 "독일인이라기보다는 유럽인이 되고싶다"고 말하던 사람이다. 그렇다. 신격호는 어느 범주에 갇히는 존재가 아니라 코스모폴리탄이 되고 싶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