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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태주 Mar 28. 2024

우당탕탕 난생처음 도수치료

마라톤 후유증인 줄 알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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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라톤 이후로 등이 계속 아팠다. 신나게 잘 뛰고 와서 글까지 쓰고 동네방네 자랑도 했는데 이게 웬일이람! 이래서 사람은 입이 무거워야 한다. (이번 생은 틀렸음) 이렇게 교훈 하나를 또 얻고 어제까지 걱정과 근심에 휩싸여 등 통증에 대하여 알아보다가 결국 오늘 정형외과에 다녀왔다. 어디 근육에 염증이라도 생겼나 싶어서 그렇다면, 더 심해지기 전에 빨리 치료해야지 하고. 


그 와중에 11월에 있을 JTBC 마라톤은 놓치지 않고 신청했다. 아니, 무슨 완전 피켓팅이었다. 오후 2시부터 오픈이라고 해서 1시 59분에 들어갔더니 앞에 2,900여 명의 사람이 대기 중. 대기 시간은 무려 2시간이 넘어갔다. 그날 오후 4시부터 고등학교 강의가 잡혀 있어 마음이 초조한 한편으로 자꾸 웃음이 났다. 다들 이렇게 달리기에 진심이란 말인가! 나처럼 대기 걸어놓고 투덜대며 밥 먹으랴 일하랴 아기 보랴 멀티로 살고 있을 사람들이 왠지 무척 귀엽게 느껴졌다. 사람들 참 귀엽고 착하다. 웃을 때마다 등이 좀 아픈 거 빼고 다 괜찮은 오후였다. 


그렇게 우여곡절 끝에 등록을 마치고 - 10km, 7만 원 - 이번에는 좀 잘 준비해 보리라 다짐하며 강의를 다녀왔다. 너무나 좋은 시간이었고 진심으로 행복했다. 학교가 대중교통으로 가기에는 좀 복잡하여 택시를 탔는데 가는 길이 고요하고 아름다워서 나올 때는 걸어왔다. 그러다 길을 잃어 다시 택시를 탔다...... 방과 후 시간임에도 71명의 학생들이 왔고, 남아서 질문도 많이 했다. 그중에 글을 쓰고 싶다는 친구들이 많았는데 한 친구는 내 대답을 들으며 코끝이 빨개졌다. 우는 건가 싶어 눈을 보니 배시시 웃었다. 


울고 싶을 정도로 하고 싶은 일이 있다는 건, 참 멋진 일이야. 

힘을 내자. 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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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들에게 기운을 잔뜩 얻고 와서 그런지 그날은 좀 괜찮았다가 다음날부터 또 등 통증이 지속되었다. 이럴 땐 네이버지! 이런저런 키워드를 잔뜩 넣어서 찾아보는데 그럴수록 무서운 말들뿐이었다. 괜히 막 소화도 안 되는 것 같고 그러면서 속탈이 나서 고생했던 기억도 떠오르고. 급기야 하반기로 미뤄 두었던 국가 건강검진을 지금 받겠다는 열정이 뻗쳐올라 병원에 예약도 했다. 근데 당장은 안 되고 4월 정도에나 된다고 하여 그때로 함. (그러고 보니 낼모레가 4월) 


역시 생각은 힘이 세다. '걱정'에 잔뜩 물을 주더니 벌써 이렇게나 몸집을 불려 놓았다.  


아무튼 그렇게 건강검진까지 예약하고 시간이 남은 김에 그냥 병원에 다녀오자 싶어서 집 근처 정형외과로 향했다. 이곳은 몇 년 전 손가락을 삐어서 - 처음 운전대를 잡았을 때 너무 긴장해서 차에서 내리며 손이 다 안 빠졌는데 스스로 차 문을 닫았음... - 방문했는데 의사 선생님이 좀 시크하시긴 하지만 굉장히 믿음직스러웠다. 일단 검은 뿔테 안경에 머리가 잔디 인형처럼 하늘로 솟아 있는데 한 달 넘게 연구실에서 연구에만 매진하신 천재 박사 느낌이시다. 


-

등이 아프시다고요?

네에.

뭘 하셨나요?

아, 제가 열흘 전에 마라톤을... 어쩌구... 저쩌구... 

오! 마라톤!     

네에. 갑자기 뛰어서 그런가... 어쩌구... 저쩌구... 원래 뛰던 거리의 거의 두 배 넘게... 

10킬로!

네에. 아니, 그래서 그날 1시간 넘게 뛰었는데 그게... 어쩌구...


의사 선생님은 고개를 끄덕이며 왠지 감탄하시는 눈빛이었다. 아니, 선생님. 그게 아니구요. 그래서 제가 등에 무리가 갔는지 아무튼 그... 이러는데 선생님이 말씀하셨다. 


무슨 일을 하시죠?

네?

직업이요. 

아, 그... 일단 지금은 글을 쓰고 있습니다. 

흠. 


그러더니 진료실 옆의 베드에 엎드리라고 하셨다. 삐걱대는 몸으로 엎드리니 화타처럼 한 곳을 딱 짚으시는데 정확히 통점이라 진짜 깜짝 놀랐다. 아흑! 네에, 거기요. 베드에 얼굴을 묻고 중얼거리니 표표히 진찰 의자로 돌아가며 한 말씀을 남기셨다. 


직업병이네요.


네? 아니, 무슨 직업병? 지금 이걸 직업이라기에는 너무 좀... 아니, 그건 아니지만 누가 들으면 천 년 만 년 글만 쓴 대문호인 줄 알겠... 그러는데 덧붙이셨다. 


자세 불량.


아... 뼈를 맞는다는 게 이런 기분이군. 삐걱삐걱 몸을 일으켜 수그리고 앉았다. 맞습니다. 부인할 수 없군요. 아니, 근데 마라톤 전까진 괜찮았거든요. 그러니까 마라톤을 기점으로 딱! 거기가! 예? 딱! 팍! 예? (누가 보면 풀코스 뛴 줄 알겠네) 그러자 선생님이 잔잔한 목소리로 말씀하셨다. 


마라톤은 뭐 큰 상관이 없었던 것 같고요. 일단 여기를 보시죠. 평소 이런 자세로 오래 앉아 계시죠? 


하, 보여주신 그림은 곧 나였다. 아니, 누가 날 찍어간 거야? 낮은 노트북, 그걸 들여다보느라 잔뜩 늘어난 거북목, 굽은 어깨, 그 상태로 몇 시간이고 앉아 있었던 나. 그렇게 누적된 잘못된 자세와 습관이 갑자기 몰아닥친 것. 혹시 몰라 엑스레이도 몇 장 찍었다. 척추가 왼쪽으로 좀 휘어 있고 골반도 비틀어져 있었다. 으악! 예상은 하고 있었지만 실제로 보니 역시 별로군. 흑흑. 


그렇게 올바른 자세에 대한 설명을 듣고 약을 처방받은 뒤 도수치료를 하게 됐다. 말로만 들었던 도수치료. 처음에는 꼭 해야 하나 싶었는데 이미 받은 친구들이 아주 시원하고 좋다고 해서 나도 한번 받아 보기로 했다. 돈이 술술 나갔다. 늘 빈한한 시절에 많은 것들이 몰려오지 암. 


-

놀랐던 것은 '바른 자세'인데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등을 꼿꼿하게 세우고 다리를 꼬지 않으며 등받이에 기대지 않는 것. 이 모든 게 틀렸다는 말이었다. 논문, 저서 어디에도 그런 말은 없으며 오히려 등받이에 등을 바짝 붙여서 딱 기대고 앉아 한쪽 다리를 꼬는 게 척추에 훨씬 무리가 덜 간다는 것. 내가 의심스러운 눈초리로 네에??? 하니, 의사 선생님이 그런 눈빛이 익숙하다는 듯 한참 설명해 주셨다. 결론은, 완벽한 자세란 없으며 무리가 덜 가는 자세가 있을 뿐이라는 것과 지금의 상태에서 완벽히 좋아지기는 어려우니 이제부터라도 더 나빠지지 않도록 자세를 잘 잡아 보라는 것. 


수그러든 마음으로 고개를 끄덕이고 돌아 나왔다. 그리고 마라톤은 아무 상관이 없으니 계속 열심히 뛰라고 하셨다. 아... 그럼 JTBC 마라톤 나가야겠네. (뭐죠? 왜죠? 싫은 건가요? 아니, 아니에요. 아닙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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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은 도수치료인데 이제사 도수치료 이야기를 하다니. 난생처음 받는 거라 좀 떨렸다. 막 우둑우둑 소리도 크고 아픈 거 아니야? 걱정하며 치료실로 올라가기 전에 결제부터 했다. 11만 원. 비싸군. 실비 보험을 들어두길 잘했다. 그런데 또 카드기가 고장 났는지 결제가 안 된다고 해서 카드를 바꾸어 가며 하다가 결국 시간이 지체되어 카드를 맡기고 치료실로. 치료실은 약간 응급실 같은 느낌이었는데 한쪽에 베드가 주루룩 있고 커튼이 있어 개별실의 느낌을 주었다. 내 자리는 13번. 뜨끈한 찜질 기구에다 등을 대고 지지고(?) 있으려니 누군가 내 이름을 불렀다. 엄태주 님? 어디 계시죠? 태주 님?? 아앗, 여깁니다! 여기요! 커튼을 열고 고개를 내미니 간호사 선생님이 반갑게 카드를 내밀었다. 결제 됐습니다아! 아아, 네! 감사합니다아... 이렇게 또 난생처음 간 곳에서 이름을 만방에 알리구요.


얼마나 기다렸을까. 도수치료 베드로 이동했다. 도수치료의 달인처럼 보이는 50대 물리치료사 선생님이 나를 보더니 어허, 일자목에 자세도 많이 틀어졌네요 했다. 아니, 내 몸만 보고도 그런 각이 나오는 건가? 깜짝 놀라는데 바로 옆 모니터에 내 척추 사진이 올라가 있었다. A ㅏ... 그렇군. 게다가 일자목이라니. 나는 나에 대해 대체 뭘 알고 있는 건지. 일자목, 척추 비틀림, 골반 비대칭. 하하하. 이로써 나는 '현대인'임이 증명되었다. 후후. 완벽하게 현대인인 셈이로군. 


우둑우둑 뼈를 맞추는(?) 도수치료는 한 2, 30분 정도 한 것 같다. 탁! 턱! 뻑! 뾱! 짝! 할 때마다 어머? 어머머? 으앗? 하는 느낌이 들었다. 내 척추를 자꾸 한쪽으로 미시던데 그러면 정말 좀 나아지는 건가? 아무튼 아프지는 않고 시원했다. 마지막에 앉으라고 하시더니 목에 힘을 빼라고. 그러면 또 왠지 힘이 들어가 버리는 것. 억지로 힘을 빼고 있으려니 탁! 하고 머리를 치셨다. 그러자 우걁!! 하는 소리가 났다. 와씨, 뭐였지? 우걁? 뭐 어떻게 표현도 잘 안 되는 소리가 나더니 박하사탕을 먹은 것처럼 머리가 시원해졌다. 


그리고 남은 20분은 다른 물리치료사 선생님께로 이동해 지압을 받았다. 어쩜 그리 통점만 누르시는지 꺄오! 소리가 절로 나왔다. 물론 입 밖에 내지는 않았다. 그러기에는 나이가 좀 들었죠, 저도. 예. 그렇게 마음의 소리가 여러 번 꺅꺅 울려 퍼진 지압 시간이 끝나고 재조립된 인간처럼 삐걱대며 병원을 나왔다. 두어 번 더 받기로 해서 예약을 다시 잡았다. 실비 보험, 당신을 믿어요. 잘 부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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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플 땐 빨리 병원에 가자. 

의식적으로 자세를 바로 잡자. 

잘 안 되어도 또 바르게 해 보자. 

그리고 작업 시에는 노트북 대신 데스크톱을 쓰자.


나 하나 건사하며 살아가는 데 뭐 이렇게 많은 것들이 필요한 걸까. 사는 일이란 참. 그래도 끝 날까지 건강하게 살아 보자 다짐하며 오늘의 기록을 마친다. 


모두 건강하세요!  


[여담]

그 어느 때보다 올바른 자세로 시작한 이 글은 여느 때의 불량한 자세로 끝나 버렸다. 이놈의 습관. 더 노력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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