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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ei Nov 15. 2020

도시락은 주먹밥으로

미니멀라이프 밥 먹기



도시락과 카푸치노





미니멀라이프를 완벽히 구현할 자신은 없지만 그 신념에 공감하고 많은 부분 실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 본질은 단순해진 생활로 얻은 자유를 누리는 것- 자신 내면의 집착하는 마음을 알아차리고 그 너머의 만족을 찾는 삶의 한 태도이다.


배부름과 같은 육체적인 욕구 뿐 아니라 점점이 빛나는 아름다움에 매달리는 마음의 욕구 모두에 집착하지 않는 호기로움 말이다. 지금 이곳에 만족한다면 속물적인 것만이 아니라 소소한 행복 마저도... 애써 생존 외에 의미를 계속해 발견하기 위해 어떤 특정 가치를 가지고 허풍 떨지 않아도 괜찮아질 수 있겠지.



메주콩조림 & 고추장아찌 주먹밥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과 같은 자유를 꿈꾸며, 요즘 나는 매일 싸는 “도시락은 주먹밥으로” 고정시켜 두고 있다. 같은 음식을 먹는 이 무미건조한 식단이 나에게는 ‘거짓 신비감에 빠지지 않고 다부진 삶을 이어가겠다는 어떤 의지’이자 삶에 덤덤한 애정을 담는 일이라고 감히 낱말을 맞추어 본다.



그 이유 첫 번째. 선택에 사용하는 에너지를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도시락을 싸며 (특히 자연식물식을 지향하며) 끼니를 어떤 식당에서 해결해야 할지에 대한 고민으로부터는 자유로워졌지만, 그 공간이 도시락 구성에 대한 고민으로 메꾸어졌었다. 장보기뿐만 아니라 더 다양하고 예쁘게 싸고 싶은 욕심이 더해져 레시피를 찾아보게 되고, 다른 사람들 도시락 사진을 구경 해보며 내일은 어떤 도시락을 만들까 고민하는데  많은 시간을 쓰게 되었다.

도시락을 주먹밥으로 싸면서부터 메뉴에 대한 고민이 짧다. 속재료를 바꾸어 조금씩 변화를 주기는 하지만 정해진 틀 안에서 요리해 메뉴가 한정적이기 때문에 장보기와 요리를 하는 시간과 생각하는 시간 모두 간소하다. 당연히 경제적 부담 또한 함께 줄었고.

건강하게 끼니를 하지만 (다방면으로) 사용하는 에너지 소비는 최소화하고 싶은 나에게 적합하다 :)



버섯장아찌 & 오이 & 쑥갓 주먹밥
미역초무침 & 생강초절임 주먹밥





두 번째. 부엌에서 보내는 나만의 시간.  

요리하기를 좋아한다. 누군가 나의 음식을 맛있게 먹어주면 기쁘다. 그렇다고해서...

요리하는 사람 마다 부엌에서 보내는 시간의 결은 다른듯 하다. 내가 요리를 통해 삶에 활력을 얻는 건 분명하지만, 나는 부엌에서 보내는 시간을 간단명료하게 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는 사람이기도 하다.

그동안 당연히 그래야 한다는 생각에 함께 먹고 마시는 일에 능동적으로 참여해보기도 했지만 생각해보면 나에게 친목 기반의 잔치나 축제가 그리 중요한 관심거리가 된 적이 없었다...

혼자 조용히 요리하는 시간 식재료를 보고 만지며 그 곳에 담겨 있는 우주의 시간을 상상해보기도 하고, 꼬리를 무는 생각을 따라가며 정리 하거나 생각 대신에 단순 반복의 움직임 속에 빠지는 순간을 사랑한다.

새벽에 혼자 도시락과 가족을 위해 주먹밥을 만드는 시간이 평화롭다.




생 다시마 & 고추장아찌 주먹밥





세 번째. 양념 밥과 김의 조합은 그럭저럭 맛있어!

당분간 주먹밥 도시락을 계속 이어가 보겠다는 결심하게 된건 앞에 이유처럼 그 의미를 돌이켜 보았을 때 먹는 일을 보다 인간적으로 만들어 준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그치만 무엇보다 매일 도시락으로 주먹밥을 싸는 이유는 본능적으로 그 안에서 편안함을 찾기 때문이다.
화려하고 새로운 음식을 찾는 일은 몸이 아니라 머리가 하는 일이다. 깜짝 놀랄 만큼 자극적이지 않은 그럭저럭 맛있는 주먹밥 도시락의 통곡물 위주 식단을 먹을 때 몸이 음식을 기쁘게 받아들이고 있구나 하고 소화와 배출을 통해 느낀다.



미역초무침 & 생강초절임 주먹밥





그니깐 도시락으로 주먹밥은 속편한 식사라고 할까!

나에게 주먹밥 도시락은 먹는 일을 간소하게 하며 집착하는 마음을 내려놓고 몸과 마음의 평화를 찾는데 도움을 주는 도구나 다름없다.

이러한 도구로 착실하고 검소한 생활 속 자유를 누리고 싶다.





메주콩조림 & 고추장아찌 주먹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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