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gnese Guido
이탈리안 작가 Agnese Guido 작품의 첫인상은 장난스러운 위트가 두드러진 덕분에 대단하고 고결한 우아함 또는 화려하고 영웅적이며 희귀한 아름다움을 드러내는 예술과는 거리감이 있어 보인다.
화장하면서 달려가는 자동차, 경직된 얼음, 한숨을 쉬고 있는 담배, 하품하는 커피포트… 일상이라는 진지하지 않은 세계를 매우 진지하게 유쾌한 상상력을 동원해 사실적인 표현법으로 묘사하고 있다.
이러한 묘사는 1980년 미국의 언더그라운드 그래픽만화의 선두자 Robert Crumb와 Gilbert Shelton 같은 작가를 언뜻 떠올리게 한다. Guido 역시 80년대 비디오 게임이 등장하던 시기 태어나 디스켓을 꽂아서 하는 게임을 즐기고, 티비에서 좋아하는 만화를 비디오에 녹화해 반복해서 보고 종이에 베껴 보기도 하며 유년 시절을 보냈다고 한다.
ELEPHANT 잡지와의 인터뷰에서 그녀는 “어렸을 때 그림을 아주 많이 그렸던 이유는 아마도 제가 무척 쑥스러움을 많이 타고 내향적이었기 때문일 거라고 생각해요. 세상에 존재하는 저만의 방법이었어요.”라며, 자신의 영감을 포장하지 않고 시간이 빚어낸 있는 그대로 전달한다. 그녀에게 이 이미지들은 “덜 아리송하지만 여러 층위에서 이야기”하고 있다.
“저는 벼룩시장과 먼지 쌓인 지하실의 단골 방문자이기도 해요. 개인과 세대의 유적지를 재현하려고 해요.” Guido의 작품은 가벼움과 진지함, 익숙한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을 수월하게 엮어낸다. 작가는 순수미술 전공 배경을 가지고 있으며, 종종 현실 세계를 상상으로 묘하게 비틀어 구체적으로 묘사하는 플라망어와 중세 미술, 초현실주의 작품 또한 중요한 영감으로 생각한다.
그녀는 “인간을 몰고 가는 힘을 탐구하고, 욕망을 다루는데 열정을 쏟고 있어요.”라고 말한다. 무의식의 세계를 여행하며 인터넷 세대와 변치 않는 인간의 충동을 융합해 이야기를 건네고 있는 것이다. 작가의 시각적 범주가 동시대적 이미지에 발판을 두고 있기는 하지만 결국 예술적 접근을 하기 위한 또 다른 하나의 방법론이라 할 수 있다.
무엇보다 Guido는 관람객에게 위트를 담아 불안, 낙담, 피로함, 지루함과 같은 사회에서 부정되는 감정을 가볍게 마주 할 수 있게 한다. 작품을 통해 가치가 없다는 인식 때문에 애써 잊어 보려고 했던 감정을 평소와 다른 태도로 들여다볼 기회를 가져보게 되는 것이다.
도덕적 잣대로 옳고 그름을 이야기하거나, 삶의 방향성을 제시하며 교훈을 목적으로 하지 않는다. 미술 감상 또한 작가를 통해 세상에 대한 또 다른 시각을 알아가고 개인이 경험 할 수 있는 폭을 넓혀 세상을 더 넓은 관점으로 이해할 수 있게 해주는 하나의 지적 탐구이다. 이제 작가의 시선을 자신의 삶에 어떻게 받아들일지는 관람객 개개인의 몫으로 남겨져 있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