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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ei Dec 23. 2020

미술 전시의 사회적 의미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 로즈 와일리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는 현재 로즈 와일리의 <Hullo Hullo, Following on>가 전시 중이다. 전시장 입구에 인스타 스토리에서 볼 수 있는 영상 형식으로 전시를 축하하는 지인들의 짧은 인사 영상이 틀어져 관람객을 맞이한다. “하이 로즈~”로 시작하는 밝은 인사 소리는 칸막이로 나누어진 전시장 전체에 울려 퍼지고 있다. 전시가 끝나갈 무렵 축구를 좋아하는 작가가 그림에 담았던 축구선수 손흥민의 축하 인사도 한 벽면에 빔프로젝터로 쏘아지고 있다.

로즈 와일리는 대중적으로 큰 주목을 받고 있다. 작품은 전통적인 사실적 묘사 기법에 구애받지 않고 활기찬 색과 붓 터치로 표현되고 있다. 여자아이의 낙서 같은 그림 일기장에서 발견할 법한 왕자와 공주가 있고, 사슴과 같은 동물이나 요정도 보이며, 소녀와 어른들이 있다. 배경에는 성도 있고 벽돌, 꽃, 벤치, 짤막한 문장이나 단어가 있기도 하다. 하지만 작품에서 중요한 것은 이러한 주제에 대한 내용보다 색과 붓 터치가 남기는 표현의 방식으로 보인다. 구상화이기는 하지만 추상화처럼 내용이 아니라 컬러감과 표현에 집중해 살펴보며 감상한다.





그녀는 21세에 미술대학을 중퇴하고 아이 셋을 키우다가 45세 미술 공부를 다시 시작해 76세 영국 일간지 <가디언> 신진작가로 선정되어 현재 86세의 나이, 세계 3대 갤러리의 전속작가로 활동하고 있다. 그녀의 그림은 활기찬 색과 붓 터치로 만드는 자유분방한 표현이 두드러지는데 이러한 그녀의 배경이 그림을 통해 자신의 자아를 자유롭게 발산하고 있다는 걸 더욱 증명해준다.

무엇보다 종종 엉성한 선의 그림에서 튀어나온 듯 헝클어진 단발머리를 하고 낡은 스웨터와 발랄한 스커트 위에 다른 사람의 옷마냥 큼지막한 구겨진 자켓을 걸치고 나타나는 작가의 사진은 그녀의 배경을 이야기하지 않아도 될 만큼 모든 걸 설명해주고 있다. 프리다 칼로가 그랬던 것처럼 그림뿐 아니라 작가 역시 함께 주목을 받으며 작품만큼 중요한 이슈가 되고 있다.





20세기 초의 프리다 칼로가 받은 주목은 여성으로써 쟁취해야 하는 사랑을 몸소 표현하는 주제로부터 비롯되었다. 그녀는 멕시코에서 태어난 혼혈아로 미술 전공자도 아니었고, 신체적인 불편을 극복해야 했으며, 사랑의 실패로 고통 속에 있었다. 당시 미술의 주요 무대인 미국은 산업이 부상하며 늘어나고 있는 노동 이민자들로 혼란을 겪고 있는 시기였다. 프리다가 이미지로 미화시킨 여성의 고통은 시대를 대변한 낭만적 목소리가 되었기 때문에 인기를 끌었다.

21세기 로즈 와일리의 작품 역시 현대 여성이 쟁취해야 하는 자유를 몸소 표현할 뿐 아니라 이를 성공적으로 이루면서 대중에게 희망의 아이콘마저 되고 있다. 그녀는 영국에서 백인으로 태어났으며, 셋 아이를 낳고 육아 때문에 대학을 그만둔다. 하지만 꿈을 포기하지 않고 늦은 나이에 미술대학에 다시 입학해 유명한 갤러리에서 인정을 받는 세계적인 작가가 되었다. ‘현대 여성의 평범한 삶’에 찾아온 신화에 대중은 열광하고 있는 것이다.



Sissor Girl, 2017



예술이 역사와 함께한다는 말은 다른 말로 시대적 요구가 오늘날의 작가를 탄생시킨다는 의미일 것이다. 지금 우리 세대는 무거운 자아 관념에서 벗어나고 싶어 한다. 고뇌와 역경은 회피하고 싶은 주제가 되었다. 광녀의 자유로움과 같이 어려움은 망각하고 동화 속 꿈을 꾸는 것이다. 이는 세계가 모두 전혀 다른 환경에서 살고 있지만 스마트 폰으로 보는 세상으로 모두가 같은 꿈을 꾸고 있는 것과 다른 이야기가 아닐 것이다.

로즈 와일리 작품에는 꽃집에서 산 야생 꽃 한 다발이 예쁘게 화병에 꽂혀있는 것처럼 캔버스 안에서 적당한 즐거움과 슬픔을 자유로이 품고 있다. 엄청난 자본이 투자되고 있는 미술 전시는 예술 또한 사회적 의미에서 하나의 소비문화라는걸 거듭 상기 시켜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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