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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ei Dec 22. 2020

토닥토닥 뿌듯한 행복 (혼자의 시간)

미니멀라이프 밥 먹기



행복을 바란다고 하지만 행복이란 정말 무엇일까? 당연하다고 생각하고 간절하지 않았던 것은 아닌지.

더 빈번했고, 그만큼 기억 속에서 더 강렬했던 외로움과 슬픔, 분노. 일기장은 세상을 감탄하기보다 억울함을 호소하느라 종종 지저분하게 번지고 있었다.

어제보다 더 나은 오늘을 만들기 위해서 행복이 과연 나에게 어떤 의미일까 좀 더 구체적으로 생각해 보고 싶다. 습관에 젖은 마음을 의식적으로 변화시키기 위한 노력을 한다.







첫번째. 마음대로 되지 않는 관계 속에서 



동네를 가로지르는 탄천을 따라 산책을 하면 흰뺨검둥오리, 청둥오리가 물 위를 헤엄쳐가고 있다. 깃털 색을 구분해 보기 위해 가까이 다가가면 오리들이 방향을 틀어 멀어진다.


처음부터 이 방향으로 헤엄칠 생각이 없었다는 듯 다른 방향으로 유유히 헤엄쳐 나간다. 함부로 공격을 시도할 생각이 없다. 억지를 부리지 않는 것만으로 자신의 안전을 지키고 있다.

나의 일상에서 역시 매일 꿈을 꾸지만 언제나 이루어질 수만은 없어서 잠시 멈추고, 숨을 고르고, 새로운 방향을 잡는다. 중요한 것은 인간답게 살아가는 것이다. 비교당하고, 힐난 받으며 모욕과 무시로 수치심을 받고 있다면 맞서 싸워가며 감정을 구걸하거나 낭비하지 않도록 한다.

삶의 우선순위가 당장의 물질적 편의 밖에 모르는 것은 아닌지 자신을 점검할 필요가 있다. 자신마저 경멸하지 않기 위해 예의를 다하겠지만, 이로운 삶을 만들어 가는 일에 집중하기로 마음을 단단히 먹어야 한다.

잠시 혼자가 되는 일이 두려워 빠져나오지 못하는 실수를 하지 않아야 한다. 순간 순간 마음을 다하는 일상을 찾는 것.


날마다 소중히 할 수 있는 뿌듯한 하루를 보내는 것 그것만으로 충분하다. 스스로에게 다정한 마음을 쓴다.







두번째. 하루를 계획하고 실천하는 일  



소중히 한다는 것, 가꾸는 일은 관심과 애정이 필요할 것이다. 시간이 흘러가는 대로 내비러두었더니 세상에 휘둘리는 것을 막을 수 없었다.

원하는 삶의 우선 가치가 무엇인지 생각하고 매일 조금씩 실천한다. 대단한 것을 생각하기보다 아무도 보지 않고 인정받지 않아도 나에게만큼은 의미가 있는 일부터 시작한다.

요즘 무엇을 어떻게 먹을지 계획하며 도시락을 준비한다. 간단히 주먹밥으로 만들어 매일 똑같지만 통곡물 기반의 채식을 꼭꼭 오래도록 씹으면서 천천히 음미하는 시간을 만들 수 있다. 밥을 먹고나면 잠시 자연 속으로 걸어 들어가고, 여유가 있으면 우유 거품이 들어간 부드러운 커피 한 잔을 마신다.

생활이 단지 생존을 위한 싸움이나 자랑하기 위한 허영이 아니라, 자신을 뿌듯하게 해주는 낭만을 불어 넣어 시간 속에 존재하는 면적을 넓혀나가고 싶다.

그래서 일부러 그 시간 동안 핸드폰을 들여다보는 걸 꾹 참고 몸으로 느끼는 기쁨을 알아차리려고 노력한다. 이 침묵은 먹고, 걸으며 사유하는 동안 몸과 정신이 더 많이 깨어 있을 수 있도록 연습하는 시간이다. 쌀밥의 전분질에서 느껴지는 은은한 단맛과 구수함이 어떻게 짠 반찬과 어울리며 혀의 촉각을 즐겁게 자극하는지 음미하고, 나에게로 오기까지 어떤 시간을 견디어 내었는지 햇살과 비, 바람, 구름을 상상해 본다.

과거와 미래에 대한 집착하는 마음으로 불안해하는 일을 멈추고, 일상에 사소한 일에 만족 할 수 있으면 자연스럽게 더 많은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지 않게 된다.







세번째. 차곡차곡 쌓이는 매일



혼자가 되어야만 하는 시간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유유자적 유영하며 일기를 쓴다. 자신의 내면에 가까워질 수 있도록 귀 기울여야 한다. 내가 언제 어떻게 편안한 만족을 느끼는지 기억하고 자신을 뿌듯하게 해주는 행복을 찾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한 도구이다.

일기를 쓰며 세상과 겪는 갈등에서 문제란 거기에 쓰인 감정 때문에 간신히 잡아온 균형을 잃게 되기 때문이란 걸 관찰하게 되었다. 섭섭하고 억울한 마음으로 화가 나면서 일상이 무너지면 자신이 자꾸만 작아지고 무엇에든 의존하고 싶어진다.

이럴 때 의식적으로 ‘토닥토닥 뿌듯한 행복’에 관심과 애정을 기울인다. 오늘도 한끼를 먹고 산책을 마음 다해 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면 칭찬을 해준다. 이유를 알 수 없는 무기력이 되풀이 된다면 물론 새로운 것을 먹고 새로운 곳을 걸으며 비일상적인 공기를 들이마시도록 다정히 허락한다. 자신에게 가혹하게 굴지 않아도 괜찮다.

중요한 것은 행복의 본질을 꿰뚫어 보고 이에 집중하는 일인것 같다. 감정은 일기장에 털어넣고 일상 속에서는 자신의 하루를 보내며 주변에 실로 자신들의 감정을 푸느라 바쁜 말과 행동으로 부터 초연해 지도록 마음을 단련 시킨다.


겨울철 꽁꽁 얼어 있는 빙판 아래로 흐르는 물은 어느 때보다 투명하고 우렁차 바람에 데굴데굴 굴러가던 씨앗이 흥을내어 활기차게 공중을 부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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