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g Mac Set, s'il vous plaît!
옛날 옛적이 되어버린 프랑스 3년의 생활은 남편과 나에게는 30년처럼 느껴졌던 시기다. 남편이 그나마 회사에서 영어를 잘한다는 이유로 가게 된 주재원 생활이었다. 우린 너무 어렸고 유럽에 대해 아는 바가 적었다. 아시아인이 거의 없던 작은 도시 콩비에뉴!
프랑스의 작은 도시에서는 영어로 일상생활을 할 수가 없다. 그건 아마 우리나라에서도 마찬가지일 듯하다. 그래서 프랑스에 가기 전 둘 다 프랑스어를 배우기는 했지만 일상생활을 하기에는 터무니없이 부족했다. 그렇다 보니 언어에서 오는 장벽이 너무도 컸다. 언어 때문에 정말 힘들었지만 지금은 시간이 많이 흘렀기에 웃으며 그곳에서 겪었던 에피소드를 적어본다.
나와 이제 막 돌이 지난 아이의 비자가 늦게 나왔다. 프랑스는 뭐든 느리다. 그래서 남편이 먼저 프랑스에 가서 한 달 조금 넘는 기간 동안 혼자 생활하게 되었다. 대부분 유럽 사람들은 퇴근 후에 가족끼리 저녁 식사를 모두 모여서 함께 한다. 그래서 남편은 회사가 끝난 후 주로 집에서 혼자 저녁을 먹거나 중국 식당 등에 가서 해결을 해야 했다.
그날은 숙소에서 간단하게 저녁을 먹기 위해 맥도널드에 갔다. 남편이 지내고 있던 숙소 근처에는 없고 외곽에 있는 쇼핑센터에 가야지 그나마 먹을 곳이 있다. 한국에서 주문하듯 빅맥세트를 아주 예의 바르지만 긴장한 채로 주문을 했다.
Big Mac Set, s'il vous plaît! (빅맥 세트, 실 브 플레!) 빅맥 세트 주세요!
주문하고 잠시 기다렸다가 받은 것은 빅맥 버거 7개였다. 음료와 감자튀김은 없이 오직 버거만 받았다. 프랑스어가 안되니 왜 빅맥 버거만 줬는지 물어보지도 못하고 햄버거 7개를 들고 숙소로 돌아왔다. 그리고 일주일 내내 혼자서 외롭게 햄버거만 목메게 먹었다고 한다. 아무리 생각해도 자기가 왜 빅맥만 받았는지를 알지 못한 채.
그런데 나중에 알고 보니 프랑스어 숫자 7(sept)의 발음이 영어 set의 발음과 똑같았다는 것을 알았다. 맥도널드 직원은 "빅맥 7개 주세요"로 이해하고 빅맥 버거만 7개를 준 것이다. 프랑스에서의 세트는 menu(므뉘)라고 하는데 우리가 알고 있는 메뉴(menu)와는 의미와 발음이 전혀 다르다.
유럽 사람들은 꼭 세트를 주문하지 않고 버거만 주문해서 먹는 사람들도 많다. 우리는 보통 세트로 시켜서 먹는 편이지만 그들은 햄버거 또는 프렌치프라이만 시켜서 먹기도 한다. 그렇다 보니 빅맥만 7개 주문하는 아시아 남자가 전혀 이상하게 느껴지지 않았던 것이다.
남편은 빅맥 7개를 받아와 혼자 외롭게 빅맥 버거를 물과 함께 7일 동안 먹었다고 한다. 그 후로 한동안 햄버거는 쳐다도 안 봤다는 슬프면서 웃긴 유럽 생활의 재미있는 첫 에피소드다.
s'il vous plaît(실 브 플레)는 영어의 please와 같은 쓰임의 말이다.
누군가에게 부탁할 때 이 말을 마지막에 말하면 "~ 주세요"로 예의 바른 표현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