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현(李齊賢), 「회음의 빨래하는 아낙 무덤에서(淮陰漂母墳)」
41. 쓸데없는 두 개의 눈동자
婦人猶解識英雄(부인유해식영웅) 아낙네가 오히려 영웅을 알아보아
一見慇懃慰困窮(일견은근위곤궁) 한신을 보자마자 슬쩍 곤궁함 달래줬네.
自棄爪牙資敵國(자기조아자적국) 용사를 팽개쳐서 적국에 보태주니,
項王無賴目重瞳(항왕무뢰목중동) 항우는 쓸데없이 두 눈동자 가졌다네.
이제현(李齊賢), 「회음의 빨래하는 아낙 무덤에서(淮陰漂母墳)」
[평설]
한신이 젊었을 때의 일이다. 그는 가난해서 쫄쫄 굶으면서 낚시질을 하고 있었는데, 빨래하던 아낙이 먹을 것을 챙겨 주었다. 훗날 한신은 그 고마움을 잊지 않고 있다가, 빨래하던 아낙을 찾아가서 금 천 근을 주었다. 사실 아낙이 영웅을 알아 보았다기보다는, 순수한 동정심의 발로였다.
한신은 원래 항우 밑에 있었지만, 항우가 홀대하자 한고조 유방을 찾아갔다. 항우는 중동(重瞳)으로 유명하다. 중동이란 눈동자가 두 개 있는 것을 말했다. 다른 사람에 비해 눈동자가 하나 더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람을 제대로 알아보지 못한 셈이다. 한신을 돌봐 주었던 아낙네와 한신을 홀대했던 항우를 대비하여 항우의 형편 없는 안목을 비판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