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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동욱 May 05. 2024

초한(楚漢)의 영웅 한시로 만나다 49

김우급, 「기신(紀信)」

49. 철저히 외면 받은 공신

若非當日乘黃屋(약비당일승황옥)   만일 기신이 당시에 천자 수레 안 탔다면

未必山河漢土疆(미필산하한토강)   산하가 꼭 한나라 땅 되지는 않았으리.

可憐功大恩還薄(가련공대은환박)   가련토다. 공은 커도 은혜는 도리어 박하더니

雍齒猶封侯什方(옹치유봉후십방)   옹치는 오히려 십방후에 봉하였네.

김우급, 「기신(紀信)」     


[평설]

기신(紀信)은 한(漢)나라 장수의 이름이다. 한고조가 항우(項羽)에게 형양(滎陽)에서 포위되어서 매우 위태로운 지경에 놓였다. 이때 기신이 한고조로 위장하고 초군(楚軍)에 투항한 틈을 타서 한고조가 그 포위망을 무사히 탈출할 수 있었다. 항우는 기신에게 속았다는 것을 알고 그를 불태워 죽였다. 만약에 그때 기신이 한고조를 대신해 죽지 않았다면, 한나라가 존재했을지 알 수 없는 일이다.

이렇게 본다면 기신은 한고조의 생명을 구해준 일등 공신이다. 하지만 한고조가 논공행상 때 기신이나 기신의 후손들에게 정당한 보답을 하지 않았다. 평소에 한고조는 작은 공로도 반드시 보답했지만, 기신만은 예외였다. 반면 옹치(雍齒)는 한고조가 가장 미워하는 사람이었다. 한나라가 건국된 뒤에 제후로 봉해지지 못한 장수들의 불만이 심해졌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 장량(張良)의 계책에 따라 옹치를 먼저 십방후(什方侯)에 봉했다. 

기신과 옹치의 경우를 보면 세상이 참 불공평하다. 상을 받을 사람은 외면받고 벌 받을 사람은 대접받는다. 이런 일들이 어찌 예전에만 있었겠는가. 세상은 원래 불공평한 것이고 공평이란 허울 좋은 수사(修辭)에 불과할 때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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