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범조, 「閒居無事 閱歷代史紀 凡關係道學倫常可爲法戒者 輒用韻語論述 得絶句
56. 가무(歌舞)를 보며 위로받다
八載歸來沛酒濃(팔재귀래패주농) 팔 년 만에 돌아오니 패 땅 술이 진하였고,
山河萬國控南宮(산하만국공남궁) 온 나라 산하들을 남궁에서 통솔했네.
未妨晩暮英雄氣(미방만모영웅기) 나쁠 것 없네. 늘그막에 영웅의 기상이
銷遣戚姬歌舞中(소견척희가무중) 척희의 가무 속에서 세월 보내는 것도
정범조, 「閒居無事 閱歷代史紀 凡關係道學倫常可爲法戒者 輒用韻語論述 得絶句三十有三篇 觀者恕其猥濫也」, ‘한고조(漢高祖)’
[평설]
한고조(漢高祖) 유방(劉邦)이 황제가 된 후 고향인 패현(沛懸)에 가서 옛 친구들을 불러 모아 술자리를 가지면서 대풍가(大風歌)를 불렀다. 또, 한고조(漢高祖)가 낙양성(洛陽城) 남궁(南宮)에서 신하들에게 크게 잔치를 베풀면서 제후와 장수들에게 자신이 천하를 소유하게 된 이유와 항우가 천하를 잃게 된 이유에 대해 각자의 생각을 숨김없이 말하도록 한 일이 있다. 이처럼 1, 2구는 한고조가 황제가 되어 행했던 일들을 말했다.
한고조는 늘그막에 애첩인 척희(戚姬)에게 홀딱 빠져서, 척희의 소생인 유여의(劉如意)를 태자로 세우려 하였다. 그러나 여후(呂后)와 대신들의 반대로 무산되었다. 한고조는 평민에서 황제가 된 인물이다. 그동안 있었던 온갖 고난과 고충은 일일이 열거하기 어렵다. 한고조가 애첩에 빠진 것은 큰 실책이라 볼 수 있지만, 그간 지낸 세월에 대한 보상이라고 해석한 것이 색다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