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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년 365일, 한시 365수 (312)

312. 아이들 그새 노인이 됐네[卽事], 허전(許傳)

by 박동욱

312. 아이들 그새 노인이 됐네[卽事], 허전(許傳)

새해에 세배하러 사람들 오니

절반쯤 수염 눈썹 희끗하였네.

내 나이 많아진 줄 모르고 있다

아이들 늙은 것에 되려 놀라네.

歲時來拜人 半是鬚眉皓

不知已年高 還驚少年老


[평설]

오늘 세배하러 사람들이 찾아왔다. 그중에 절반 정도는 수염과 눈썹이 새하얗다. 자신이 늙은 줄은 까맣게 잊고 살다가, 어린애들이 벌써 늙은 모습을 보고 놀라게 된다. 어린애들이 저토록 나이를 먹어 늙었다면 자신은 얼마나 늙은 것인지 깨닫고 더 놀라게 되었다. 시인은 90살까지 장수했다. 그동안 아이들은 노인이 되었고 자신은 상노인이 되었다. 자신의 나이는 본인이 먹는 것이 아니라 본래 남들이 먹여주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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