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석,「讀楚漢史」, 범증(范增)
팽성 가던 길에서 깨우치다
誰道斯人計策奇(수도사인계책기) 누가 이 사람의 계책 기이타 하였나
風雲誤與項兒期(풍운오여항아기) 큰 포부 그릇되게 항우와 기약했네.
可憐白首彭城路(가련백수팽성로) 가련하다. 백발로 팽성 가던 길에서
天下存亡晩始知(천하존망만시지) 천하의 존립, 멸망 뒤늦게 깨닫다니
김명석,「讀楚漢史」, 범증(范增)
[평설]
이 시는 항우의 책사인 범증의 비극적 삶을 조망하고 있다. 사람들이 범증의 계책이 대단하다 추켜세웠지만 항우 같은 사람과 함께 자신의 원대한 뜻을 실현하려 한 것 자체가 큰 실책이었다. 결국 진평의 이간책에 넘어간 항우는 범증을 내쳤다. 범증은 팽성으로 돌아가던 길에 등창으로 인해 세상을 떠나면서, 뒤늦게 자신의 선택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깨닫게 됐다. 그는 모실 만한 사람을 모시지 않고서 엉뚱한 사람을 모셨다. 항우가 그를 망친 것이 아니라, 범증 자신이 사람을 볼 줄 몰랐기 때문에 벌어진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