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에게 버림받고 역사에 기억되다
取義捐生判重輕(취의연생판중경) 의리 택해 목숨 버려 경중을 가렸으니
眞龍風雨夜跳城(진룡풍우야도성) 비바람 속 참된 용이 밤에 성 도망쳤네.
後人莫道無㫌美(후인막도무정미) 뒷사람 아름다움 표창 없다 말하지 마오.
靑史千秋有大名(청사천추유대명) 역사책에 오랫동안 큰 이름 남으리라.
김명석,「讀楚漢史」, 기신(紀信)
[평설]
이 시는 유방을 살리고 목숨을 바친 기신의 충절을 노래한 작품이다. 기신은 유방으로 변장하고 갑옷을 입힌 여자들을 이끌고서 거짓 항복을 하는 사이에 유방은 탈출했다. 항우는 이에 노하여 기신을 태워 죽였다. 유방은 사람들을 잘 챙겼던 인물인데, 어쩐 일인지 기신이 사후에 나 몰라라 했다. 그렇지만 기신은 아주 오랫동안 진정한 충신으로 기억되었다. 사람들에게 기억되는 것은 순간일지라도 역사에 기억되는 것은 영원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