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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동욱 Nov 10. 2024

삼국의 영웅 한시로 만나다 34

박태순(朴泰淳), 「詠史」

34. 제갈량의 이상과 현실     


[1]

孫曹死後獨稱雄(손조사후독칭웅)   손권 조조 죽은 뒤에 홀로 영웅이라 일컬을 만하니

營立孱孫一統功(영립잔손일통공)   못난 후계자 위해서 통일의 공 세우려 했네.

五丈原頭遺壘在(오장원두유루재)   오장원 언덕 위에 옛 보루만 남았는데

居人傳說蜀曇籠(거인전설촉담롱)   그곳 사람 촉나라 두건 이야기 전하네.     

[2]

舟奔車覆已難爲(주분거복이난위)   배와 수레 뒤집힌 듯 이미 어쩔 수 없으니

剛恨君王見顧遅(강한군왕견고지)   군왕의 더딘 삼고초려 몹시도 한스럽네.

無事却生天下事(무사각생천하사)   무사할 때 천하의 일을 일으켰다고,

不須空咏薛能詩(불수공영설능시)   부질없이 설능 시를 읊을 필요 없다네.

박태순(朴泰淳), 「詠史」          


[평설]

이 두 편의 시는 제갈량이 가지는 이상과 현실의 괴리, 영웅적 의지와 시대적 한계 등을 성찰하고 있다. 각 편의 평설은 다음과 같다. [1]번 시를 먼저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손권과 조조 사후에 제갈량만이 영웅이라 일컬을 만한 사람이었다. 유비의 못난 아들 유선을 도와 통일의 대업을 이루려 했다. 하지만 제갈량은 오장원에서 죽음을 맞이했다. 4구에서 담롱(曇籠)은 아녀자의 두건을 말한다. 옛날 제갈량이 사마의를 여자처럼 비겁하다 자극하기 위해 보낸 두건을 말한다. 이 구절의 의미는 아직도 제갈량의 이야기들이 사는 사람들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고 있다는 뜻이다. [2]번 시는 다음과 같다. 1구는 당시의 상황이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암울했던 사실을 말한다. 2구는 그런 상황을 돌이키기 위해 유비가 삼고초려를 빨리했다면 상황을 되돌릴 수 있었는데, 그렇지 못했던 것을 안타깝게 여겼다. 3구는 제갈량의 북벌 시도에 대해서 비판하고 있다. 4구는 중국 당(唐)나라 설능(薛能)의 시 「遊嘉州後溪」에 “제갈량이 그 시절에 무슨 일을 해냈던가[當時諸葛成何事] 죽도록 와룡이나 되었어야 맞았는데[只合終身作臥龍]” 하면서 제갈량이 성공을 못 하고 죽은 것을 비난한 사실을 다시 비판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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