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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동욱 Dec 12. 2024

삼국의 영웅 한시로 만나다 51

권복인(權復仁), 「관제묘(關帝廟)」

51. 관제묘를 바라보며

在在皆祠廟(재재개사묘)    관제묘가 곳곳에 늘어섰는데

丹宮復碧樓(단궁부벽루)    붉은 궁궐, 푸른 누각 즐비하였네.

倘聞英魄降(탕문영백강)    영웅 혼백 강림한다 듣게 된다면

秪爲福田求(지위복전구)    사람들은 다만 복 빌러 간다네.

褻卜叢神竝(설복총신병)    신들에게 함부로 점을 치면서

崇奉釋氏浮(숭봉석씨부)    부처님 부질없이 높이 받드네.

莫嚴名與分(막엄명여분)    명분조차 엄하게 못 지키는데

公昔讀春秋(공석독춘추)    공은 예전에 『춘추』를 읽었건만.

권복인(權復仁), 「관제묘(關帝廟)」     


[평설]

이 시는 1822년 사행시 군관으로 동행한 권복인이 관제 신앙의 세속화를 신랄하게 비판한 작품이다. 시인은 관제 신앙이 겉으로는 번성해 보이지만, 이면에 감춰진 신앙의 공허함을 날카롭게 포착했다.

1, 2구는 관제묘의 번성을 보여준다. 화려한 건축물들이 즐비하게 늘어선 모습을 통해 관제 신앙이 널리 퍼졌음을 드러낸다. 3, 4구는 관제 신앙이 단순한 기복 신앙으로 변질한 현실을 비판한다. 관우의 충절과 의리는 사라지고 개인의 복만을 추구하는 세태를 한탄하고 있다. 5, 6구는 관제 신앙과 혼합된 미신적 요소들을 지적한다. 무분별한 점복과 불교 신앙의 개입은 관우의 본래 정신을 훼손하고 있다는 비판이다. 7, 8구는『춘추』를 통해 시의 비판 의식을 명확히 드러낸다. 관우는 『춘추』에서 명분과 도의를 배웠으나, 지금 사람들은 그 정신은 잃은 채 허례허식에만 빠져 있다고 한탄한다. 시인은 관제 신앙의 세속화를 비판하는 동시에 충의의 진정한 의미를 되새기고자 한다. 이는 종교 비판을 넘어서, 당대 사회의 도덕적 타락을 경계하는 시인의 준엄한 목소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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