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곡, 「영사(詠史」, ‘蔣幹’
62. 주유와 장간의 대결
從來說客盡傾危(종래설객진경위) 예로부터 유세객은 다 나라 엎는 이들이라
遠涉江湖暗有期(원섭강호암유기) 멀리서 찾아옴은 속셈이 있어서네.
口舌若能移節義(구설약능이절의) 말솜씨로 만일 절의 바꿀 수 있다면야
世間何啻萬秦儀(세간하체만진의) 세상에 소진, 장의가 어찌 만 명뿐이겠나.
이곡, 「영사(詠史」, ‘蔣幹’
[평설]
이 시는 장간이 조조의 밀명을 받아 주유를 유혹하려다 실패한 사건에서 진정한 절의의 의미를 성찰한 작품이다. 시인은 흔들림 없는 주유의 충절과 경박한 장간의 처신을 대비하여 깊이 있는 통찰을 끌어냈다. 들리는 말에 의하면 청나라 사람들은 일찍이 주유가 반간계를 쓴 일을 본받아, 청에 저항한 영웅 원숭환(袁崇煥)을 살해했다고 한다.
1,2구는 유세객의 본질을 날카롭게 꼬집는다. '경위(傾危)'는 교활한 속임수로 나라를 기울어지게 한다는 뜻으로, 『사기』에서는 소진과 장의를 '경위지사(傾危之士)'라 단정하여 비판한 바 있다. 장간이 포의 차림으로 멀리서 찾아온 것 역시 주유를 기만하기 위한 위장에 불과했다.
3,4구는 절의의 가치를 절묘하게 강조한다. 주유는 첫 대면에서 장간의 의도를 꿰뚫어보았다. “소진과 장의가 다시 태어난들 내 뜻을 어찌 바꾸리오[假使蘇張更生 能移其意乎]”라는 주유의 단호한 선언으로 충절의 가치를 드높였다. 이는 교묘한 말솜씨로는 결코 참된 충절을 흔들 수 없다는 시인의 메시지를 한층 더 선명하게 부각시킨다.
주유는 날카로운 통찰로 장간의 의도를 간파하고 단호하게 거절했다. 이는 진정한 충절 앞에서 유세객의 능변이 얼마나 무력한 것인지를 분명하게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