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곡, 「영사(詠史)」, ‘허소(許劭)’
69. 진실한 평가의 힘
題品賢愚世所憎(제품현우세소증) 어리석타 현명타 하면 세상이 미워하나
能逃人禍爲心平(능도인화위심평) 재앙 피할 수 있었던 건 공평했기 때문이네.
曹公欲質橋玄語(조공욕질교현어) 조조가 교현의 말 확인하려 했을 때
解道姦雄最得情(해도간웅최득정) 간웅이라 평했더니 크게 기뻐하였다네.
이곡, 「영사(詠史)」, ‘허소(許劭)’
[평설]
이 시는 조조에 대해 '간웅'이라는 평가를 한 허소의 일화를 다룬 작품이다. 허소는 과감히 조조에 대한 정확한 평가를 했고, 그의 진실한 평가로 인해 화를 면할 수 있었다. 인물 평가는 필연적으로 미움을 사는 일이다. 특히 권력자에 대한 평가는 화를 부를 수 있다. 하지만 허소는 공평무사한 안목으로 평가했기에 화를 면할 수 있었다.
3, 4구는 허소의 통찰력이 빛났던 순간을 적고 있다. 허소(許劭)는 조조에 대해 “치세에는 유능한 신하이고 난세에는 간사한 영웅이다.[治世之能臣 亂世之姦雄]”라 하였다. 이는 조조의 양면성을 정확히 포착한 평가였다. 조조 입장에서 보면 기분이 상할 수도 있었지만, 자신의 본질을 정확히 짚어낸 이 평가에 공감을 표했다.
이 시는 인물 평가의 본질을 허소의 일화를 통해 보여준다. 권력자를 평가할 때 아첨이나 비방이 아닌, 정확한 통찰과 공평한 자세가 필요하다. 진실 앞에서는 권력자조차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허소의 평가는 시대를 초월한 가치를 지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