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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은석 Apr 14. 2024

나에게도 꿈이 있습니다


마틴 루터 킹의 <나에게는 꿈이 있습니다>라는 연설문을 읽었다.

1963년 8월 28일, 미국의 <링컨 기념관> 광장에서 한 연설이다.

25만 명이 군중이 모였다고 한다.

“나에게는 꿈이 있습니다”라는 선포에 마음이 뜨거워졌다.

미국 사회가 자유와 평등의 기치 위에 개개인의 인격이 존중받는 사회가 되기를 바라는 것이 마틴 루터 킹의 꿈이었다.

1862년에 미국 노예해방선언 초안이 작성되어 선포되었고 링컨의 노예해방 선언 이후 남북전쟁을 거쳐 1865년 6월 19일에 미국 남부 텍사스주의 갤버스틴에서 마지막 노예들이 해방되었다.

그러나 노예해방선언이 선포되었어도 흑인들을 향한 사회적인 차별은 여전히 지속되었다.

버스에 빈자리가 있어도 앉지 못했고 식당에서도 정해진 자리에서만 식사해야 했다.

직장에서 같은 일을 해도 백인보다 월급이 적었고 화장실에 가려면 멀리 떨어진 흑인 전용 화장실을 이용해야만 했다.




이런 현실 속에서 대부분의 흑인들은 꿈을 잃어버렸다.

꿈을 꾸더라도 자기 울타리 안에서만 꿨다.

하지만 그 울타리 밖으로 나가고 싶었던 이들도 있었다.

흑인들도 버스에서 앉을 수 있다고 몸으로 보여준 로자 파크스 여사, 그녀를 응원하며 버스 승차 거부 운동을 일으킨 몽고메리의 흑인들, 새장 안에 갇힌 새에게도 꿈이 있다는 것을 외친 마야 안젤루, 앞에서 흑인 인권 운동을 이끌었던 말콤 X와 마틴 루터 킹, 그리고 뒤에서 그들을 밀며 함께 걸었던 수많은 시민들.

그들은 꿈이 하늘에서 떨어지기를 기다리지 않았다.

꿈을 이루기 위해 꿈을 향해 걸어갔다.

꿈을 쟁취하기 위해 꿈을 향해 달려갔다.

만약 그때 그들이 꿈을 꾸지 않았다면, 그때 그들이 꿈을 향해 걸어가지 않았다면, 그때 그들이 꿈을 쟁취하기 위해 연대하지 않았다면 그들의 꿈은 또 100년이 지나도록 이루어지지 않았을 수도 있다.

꿈은 그런 것이다.




나에게도 꿈이 있었다.

어렸을 때의 꿈은 대통령이 되는 것이었다.

그때는 누구나 대통령이 되는 줄 알았다.

그다음에는 육군 대장이었다.

육군 대장의 모자에 별이 몇 개 박히는지도 몰랐다.

그냥 육군 대장이라는 말이 좋았다.

수업시간에 현미경을 들여다본 날 이후에는 과학자가 되는 게 꿈이었다.

망원경으로 별자리를 보았을 때는 천체물리학자가 되는 꿈을 꾸었다.

머리가 조금 커진 후에는 학교 선생님을 꿈꾸었다.

사랑하는 여자의 남편이 되는 꿈도 꾸었고 아이들의 아버지가 되는 것도 꿈꿨다.

시간이 지나가면서 내가 꾸는 꿈도 변해갔다.

누군가는 나에게 꿈의 크기가 점점 줄어들었다고도 했다.

하지만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대통령이 되는 것도 큰 꿈이지만 한 여자의 남편이 되는 것도 큰 꿈이고 아이들의 아버지가 되는 것도 큰 꿈이다.

어떤 꿈이든지 그 꿈을 이루려면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지금도 나는 꿈을 꾸고 있다.

내 아이들이 어른이 되어가는 모습을 보고 싶은 꿈이 있고 내가 나이 많아 노년이 되어가는 꿈을 꾸고 있다.

그동안에 숱한 일들이 일어날 것이다.

절대로 사소한 꿈이 아니다.

아이들이 어른이 되어가는 모습을 보려면 내가 오래 살아야 한다.

건강해야 한다.

아이들이 어른이 되었을 때에 내가 약해지면 안 된다.

쉬운 일이 아니다.

노년이 된 내 얼굴을 거울로 보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다.

시간이 지나면 다 노년이 되는 게 아니다.

누군가에게는 노년의 삶이 허락되지 않기도 한다.

어떤 이들은 노년의 삶을 꿈꾸지도 않는다.

꿈 꾸지도 않았던 삶이 불현듯 다가온다면 얼마나 당황스럽겠나?

얼마나 두렵겠나?

나는 그런 당황스러움과 두려움을 맞이하고 싶지 않다.

그래서 나는 노년을 꿈꾼다.

노년의 내가 무엇을 하게 될지, 어떤 삶을 살지 꿈을 꾼다.

비록 사소해 보일지라도 나는 꿈을 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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