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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허공 Apr 16. 2024

인생지사 새옹지마


며칠 전부터 거실 화장실 세면대의 물이 잘 내려가지 않았다.



기존에 사 두었던 막힘을 뚫은 가루를 넣어 보았지만 큰 효과는 없었다.



'한 번 더 넣어야 하나?'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어제 퇴근 전에 아내로부터 카톡이 왔다.


"둘째 행복이 이빨이 빠져서 자기가 씻는다고 세면대에 가져 갔는데



 그만 이빨이 세면대 배수구 안으로 들어갔어



 아주 울고 불고 난리였어



 혹시 그거 뺄 수 있어?"



둘째 행복이 아랫니 중 1개가 흔들린지 꽤 됐는데 드디어 빠진 모양이었다.



근데 왜 그 이를 깨끗이 하려다가 그만 세면대 배수구 안으로 빠뜨린 것이었다.








© imrickyturner, 출처 Unsplash






퇴근 전 머리가 지끈지끈 아파왔다.



처음에는 아내에게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세면대 밑에 파이프관을 열어본 적도 없었고, 맞는 공구도 집에 없었다.



그렇게 집으로 가던 중, 집 근처 다이소가 떠올랐다.



다이소에서 몽키 스패너를 1개 구입해서 집으로 향해 갔다.



마침 태권도장 차에서 내리는 둘째 행복이와 첫째 사랑이, 둘째의 얼굴이 힘이 없었다.



"행복아, 아빠가 일단 해볼게, 하지만 이미 이빨이 내려 갔을 수도 있고, 어쨌든 알았지? 태권도는 오늘 재밌었어?"



"태권도도 오늘 재미없었어"



행복이는 말에도 힘이 없었고, 태권도 마져도 재미가 없었다고 말했다.



집으로 돌아가자마자 옷을 대충 갈아입고, 화장실 안으로 몽키스패너와 함께 들어갔다.



아이들은 아빠가 하는 게 신기한지 옆에서 구경을 하고 있다가 행복이는 옷을 갈아입기 위해 방으로 들어갔다.



처음에는 몽키스패너로 잘 열어지지 않았다. 너비를 맞추기도 어려웠다.



그러다가 손으로 연결부위를 잡고 왼쪽으로 살살 돌려보았다. 



그러자 왠걸, 돌려지는 게 아닌가?



 파이프 2곳의 연결부위를 돌려 밑으로 내렸다.



찐득하게 뭉쳐진 검정 이물질과 머리카락, 그리고 함께 떨어진 작은 소라 껍질과 우리가 찾던 이빨이 나왔다.



"만세, 행복아 찾았다, 만세!!!!!!"



큰 소리로 만세를 불렀다.



행복이는 얼른 달려와 내 얼굴에 하트 스티커를 붙여 주었다.



"행복아 아빠가 깨끗이 씻어 줄게?"



이빨도 찾고, 파이프관 안에 있던 오물도 제거 했다. 



제대로 내려가지 않았던 세면대 물이 시원하게 내려갔다.



이것이 바로, 전화위복인가? 인생지사 새옹지마?



이빨도 찾고, 세면대로 뚫고?



아빠로서 아이에게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줘 정말 다행이었다.



행복아, 다음에 이 빠졌을 때는 세면대를 막고 씻어야 한다? 알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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