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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허공 Apr 21. 2024

언니의 마음


토요일 아침, 아빠가 아침을 차려 주셨다.



먼저 아빠가 물어 보았다.



"누룽지 먹을래, 시리얼 먹을래?"



둘 다 먹기 싫었다.



"둘 다 싫어, 밥에 김 싸서 먹을래"



아빠가 해 준 밥, 식판 안에 밥과 김, 그리고 계란말이, 멸치가 있었다.



동생 행복이는 옆에 앉았다.




식탁 위에 엄마 태블릿을 들고 왔다.



습관처럼 리틀 박스 영상을 틀고 밥을 먹기 시작했다.



오늘 엄마는 미리 늦게 일어난다고 얘기했었다.




아빠는 나와 동생이 영상만 보고 밥을 늦게 먹을 때마다 영상을 정지 시켰다.



몇 번 그러다가 슬슬 짜증이 났다.



아빠가 화면 정지를 시키다가 다른 화면으로 바뀌어 버렸다.




"으아앙, 이게 뭐야!"



들고 있던 젓가락을 집어 던지고, 식판을 밀었다. 



식판 안에 있던 계란 말이가 의자에 떨어졌다.




"너 그만 먹어, 먹을 자격 없어"



아빠는 내 식판을 가져가서 식탁을 치우더니 나보고 내려오라고 했다.




나는 손들고 벌 서기를 했다.



무릎이 저려서 쥐가 나는 듯 했다.



'내가 뭘 크게 잘못했다고, 아빠가 화면을 바꿨자나'



아빠한테 잘못했다고 얘기하기 싫었다.




아빠가 조금 있으면 태권도 떢볶이 파티에 가야 하는데 나는 가지 말라고 했다.



'어쩌지, 아빠는 정말 안 보낼건데'



"아삐, 잘못했어요"



아빠한테 용서를 빌었다, 앞으로는 밥 먹을 때 영어 영상도 금지 당했지만 태권도장은 갈 수 있어 다행이었다.



아빠 말대로, 엄마한테도 가서 저번에 잘못한 것을 얘기하고 사과했다.




기분이 좋아져 동생 머리도 묶고, 스스로 머리도 묶었다.




시간이 흘러 저녁을 먹고 잠자기 전, 



내가 보고 있던 '흔한 남매' 책을 동생이 보고 싶다고 했다.



"너도 저번에 안 보여 줬자나"



동생이 심통이 났는 지 자기가 보고 있던 동화책으로 내 앞에서 쿵쿵거렸다.



화가 나서 동생이 보던 동화책을 동생에게 집어 던졌다.



"으아아앙"


책 모서리에 동생 다리가 맞았나보다. 



아파서 울고 있는데 하나도 미안하지 않았다.



"둘 다 나와"



잠자기 전 동생과 거실로 불려 나갔다.



둘 다 손들고 벌을 서기 시작했다.



동생은 조금 있다가 아빠에게 말했다.



"아빠, 잘못했어요"



아빠는 동생에게 무슨 잘못을 했는지 묻고, 



조금 있다가 들여보내서 자라고 했다.



나는 잘못했다고 얘기하지 않았다.



그러기 싫었다.



동생도 예전에 책 안 보여줬었고, 방금도 자기가 먼저 쿵쿵거렸었다.



팔이 아프고, 다리가 또 저리기 시작했다.




아빠가 작은 방으로 들어오라고 하셨다.



작은 방에서 벌을 서다가 아빠가 팔을 내리라고 했다.



아빠와 얘기 중에 잘못했다고 했다.



아빠는 내 손을 꼭 잡고 얘기해주셨다.



예전 일로 싸우면 끝이 없다고, 영원히 싸워야 된다고.



맞는 말 같았다, 어쨌건 동생에게 책을 집어 던진 건 잘못한 일이다.



아빠 말대로 동생에게 사과하러 안방에 들어갔다.



이불을 들춰보니 이미 엄마 옆에서 동생은 잠들어 있었다.



내일은 동생과 사이좋게 지내서 꼭 라면을 먹고 말겠다.



저번에도 혼나서 동생만 먹었다.



옆에서 아빠가 내 얼굴을 쓰다듬는 것을 느낀다.



졸린다. 








© benwhitephotography, 출처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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