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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허공 Oct 10. 2024

상처와 함께 커가는 아이

어머니 생신 축하 식사를 미리 한 뒤 집에 돌아왔었다.

아이들은 집에 오자마자 자전거를 타고 나간다고 했다.


손에 들고 있는 쓰레기를 버리면서 아이들에게 먼저 광장으로 나가 있으라고 했다.

커피 전문점에서 500원 할인을 받아 아이스 아메리카노 한잔을 뽑아 갔다.

그리고 광장에 나가 있는데, 첫째 사랑이가 보이지 않았다.


"언니 어디갔어?"


둘째 행복이에게 물어보는데 얼굴이 굳어 있고 제대로 대답하지 않았다.

행복이의 모습을 바라보다 무릎에 상처가 있는 것을 보았다.

넘어져서 쓸린 모습이었다.

반바지를 입고 있어서 상처가 더 심했다.

그러고보니 바람박이 잠바 오른쪽 팔꿈치에도 피가 보였다.


"잠바 벗어보자"

역시나 팔꿈치에도 상처가 있었다.


"뭐하다 넘어졌어?"

"언니랑 언덕에 올라갔는데, 피하다가 넘어졌어"

"그리고 언니는 혼자 집에 갔고?"

"응, 기분 나쁘다고"


대충 보아하니, 둘이 자전거 타다 서로 부딪혔거나 피하다가 넘어져 상처가 난 것이었다.

"으이구, 너 이제 나올 때 무조건 무릎보호대랑 팔꿈치 보호대 착용해, 알았어?"

"응"


그런데 생각해보니 희한했다.

전에는 다치고 피가 나면 울면서 다가와야 했었다.

지금은 다치고 피가 났는데도 전혀 울지 않았다.


아이는 친구들을 만났다.

같이 자전거를 타고, 공놀이를 하고, 줄넘기를 했다.


상처는 피할 수 없나보다.

다치는 것을 두려워하면 자전거를 탈 수 없다.

물론 조심은 해야 한다.

그래서 내 잔소리도 멈출 수가 없다.


상처가 나고 새 살이 자라나듯,

아이도 점점 커지고 자라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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