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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똑선생 Sep 17. 2021

아이 하나로 부족하다고요?

내 일은 내가 선택합니다

결혼을 하기 전에는 이런 말을 들었습니다.

“결혼 할 때 됐네.”

“이제 결혼해야지.”

“더 늦기 전에 결혼해.”


결혼을 하니 이런 말을 하더라고요.

“이제 애 낳아야지.”

“신혼 생활 즐기다가 아이 낳아야지.”

“35세 넘어가면 잘 안생긴대. 그 전에 낳아야해.”


결혼을 하고 아이 계획이 없었습니다. 그냥 신혼생활이 좋았고 아이가 꼭 필요한가에 대한 생각이 뚜렷이 없었습니다. 아마도 학교에서 아이들을 매일 만나고 그 아이들에게 애정을 쏟다보니 내 아이에 대한 필요성을 심각하게 못 느낀 것 같기도 합니다. 더 솔직하자면 제가 그리 계획적인 성격이 아니다보니 2세조차 계획적이지 못한 것도 있습니다.

3년쯤 지나자 친정 어머니가 걱정하기 시작하셨어요. 주변에서 왜 애가 없냐고 이야기하니 걱정이 되셨나봅니다. 그럼에도 무딘 성격의 저는 그냥 별 생각없이 지냈습니다.


몇 년 전 그날이 아직도 생각납니다. 결혼하고 살이 쪄서 좀 빼보려고 줄넘기를 하던 어느 날이었습니다. 여느 때처럼 저녁을 먹고 줄넘기를 하러 나갔는데 이상하게 뛰는 것이 힘들고 하기 싫었어요. 마트를 지나가다가 자몽 하나를 사서 벤치에 앉아 혼자 그걸 맛있게 먹었어요. 유난히 자몽이 맛있었던 밤이었습니다.


속이 울렁거리던 시간들을 지나 임신인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신기하면서도 내가 뭘 잘못 먹은 것이 없나 걱정이 되더라고요. 누군가는 벌써 병원에 가서 방법을 찾아봤을 법한 삼년의 시간을 저는 별 노력 없이 보냈습니다. 그때도 지금도 생각하는 거지만 아이는 내 의지와 상관없이 하늘이 내려주는 것이 아닌가 싶었어요.


임신 열달 동안 저는 또 이런 말을 듣습니다.

“아들을 하나 낳으면 시댁 갈 때 마음이 편해져.”

“요즘은 딸이 대세지. 딸이 있어야 엄마가 좋아.”

“아들 낳고 딸 낳는 게 좋더라.”

“아들 하나 딸 하나면 금메달이야.”


 성별을 제가 정하는 것이면 얼마나 좋을까요? 사람들은 저마다의 경험을 살려 이것저것 조언을 해주지만 사실은 제 상황에 맞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저는 딸이든 아들이든 상관없었거든요. 저는 삼 년만에 아이가 생긴 것만으로도 신기했고, 나와 남편 사이에 생긴 주니어의 존재 자체로 감사했거든요.


전 아들을 낳았습니다. 남자 아이를 낳으니 ‘아들을 낳았으니 시댁에서 좋아 하겠다’라고 하고 ‘아들 낳았으니 이제 다음은 딸이든 아들이든 마음이 편하겠네.’ 라는 말도 합니다. 제가 딸을 낳았으면 이렇게 이야기했겠지요. “엄마 편이 딸 낳아서 좋겠다.”, “아들은 아무 소용없어. 역시 딸이 최고지.”라고 말입니다.

하나를 낳으니 이제 이런 말을 주변에서 합니다.

하나만 낳을거야? 하나 더 낳아야지."

“하나는 외로워. 둘은 있어야지.”

“애를 위해서 둘은 낳아야지.”


 말을 계속 들으니 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이를 낳든 안낳든, 하나를 낳든 둘을 낳든 이건  가정의 문제이고  선택인데 왜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걱정할까요? 출산에 대한 문제는 친구나 동료, 이웃이 해줄 고민이 아니라 본인 스스로 해야 하는 문제입니다. 타인에 대한 걱정을 너무 지나치게 하는 것이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는 아이 하나로 행복한 육아를 하고 있고, 적당하게 육아와 내 삶의 조화를 누리고 있습니다. 아이가 하나인 것이 부족한가요? 누군가의 시선에서는 결핍으로 보일 수 있지만 저에겐 충분합니다. 아이 하나 잘 키우는 것이 보통 일이 아닙니다. 하나도 버겁습니다. 한 아이의 인생에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하면 그 역할의 무게가 무겁습니다.

결혼을 하든 안하든, 아이를 낳든 안낳든, 하나를 낳든 둘을 낳든, 그건 본인의 선택이고 주변에서 왈가왈부할 대상이 아닙니다. 우리가 너무 쉽게 다른 사람에 대한 선을 넘고 있는 것이 아닐까요? 본인의 선택을 내 문제처럼 가져와서 조언할 필요는 없습니다. 기준은 저마다 다르거든요. 저는 외동아이로 충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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