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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똑선생 Oct 12. 2022

"성장하는 과정입니다."

학부모 상담주간 이야기

최근에 학부모 상담주간을 보냈습니다.

1학년을 맡고 있다 보니 다른 학년보다 더 학부모의 관심이 느껴집니다.

어리게만 보이던 내 아이가 학교에 갔으니 얼마나 걱정되고 궁금하실까요?

저 또한 자녀가 1학년이기에 그 마음이 이백 프로 이해가 되더라고요.


상담주간은 1학기와 2학기, 총 2번이 있습니다.

사실 1학기는 3월 말 정도에 하기 때문에 교사가 아이에 대해 깊이 파악하지 못합니다.

어느 정도 파악은 됐지만 섣불리 아이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이야기하기가 조심스럽습니다.

하지만 2학기는 다릅니다. 아이의 학교생활에 대해 교사가 정확히 알고 있는 때입니다.

아이가 집에서와 학교에서의 모습이 다를 수 있고

학교에서의 모습을 부모님이 궁금해하는 것이기에

교사가 파악한 부분을 솔직히 말해야 하지만

사실 그게 쉽지가 않습니다.


칭찬거리일 때는 고민할 것이 없습니다. 맘껏 칭찬해주면 됩니다.

하지만 부족한 점에 대해 이야기할 때가 문제입니다.

교사는 큰 뜻 없이 하는 말 한마디도 부모에게 몇 배 크게 들리는 것을 알고 있기에

어떤 표현을 써야 할지 고민이 됩니다.




최근에 한 아이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쉬는 시간에 아이들은 삼삼오오 모여서 보드게임도 하고 이야기도 하는데

이 아이만 혼자 앉아 있습니다.

아이는 계속 주변을 살핍니다.

다른 친구 노는 것에 상관없이 혼자 노는 아이들이 있는데

주변을 살피는 것으로 봐서 다른 친구들에게 관심이 없는 것이 아닙니다.

저의 시선은 다음 시간에도, 그다음 시간에도 아이를 향합니다.


아이의 어머니가 상담 신청을 하셨고 친구 관계에 대해 궁금해하셨습니다.

부모님의 걱정을 덜어드리기 위해 

"잘 지냅니다. 걱정 마세요."라고 말할 수 있었지만 

그렇게 하지 못했습니다.


"아이에게 친구들이 오지 않는 건가요? 아니면 저희 아이가 친구들에게 못 섞이는 건가요?"

어머니의 목소리에서 가슴이 덜컹 내려앉은 것이 느껴졌습니다.

걱정이 한껏 묻어나는 질문에 저 또한 마음이 좋지 않았습니다.

부모의 마음이 어떨지 알기 때문입니다.




제 아이는 외동입니다. 그리고 아들입니다.

아이는 드센 성격이 아닙니다.

하지만 장난기가 있어서인지 어린이집, 유치원 시절에 주변에 성격이 강한 아이가 항상 있었고 그 아이들과 어울렸습니다.

그 친구는 자기 마음대로 되지 않을 때 제 아이를 선생님 몰래 때릴 때도 있었고 명령조로 이야기할 때도 있었습니다. 제 아이는 누가 하자고 해도 자기가 싫은 건 안 할 때가 많았는데 그런 점에 화가 난 것 같습니다.

이럴 때 아이가 적절히 대처하면 참 좋겠는데 아이는 상대가 때렸을 때 자기도 똑같이 때릴 줄은 모르더라고요. 똑같이 때리라고 가르치라고 하는 말이 있지만 저희 부부 또한 그렇게 가르치지는 못했습니다. 싫다고 분명하게 표현하라고 가르쳐줬을 뿐입니다.

속상한 마음도 있었지만 더 강하게 제 마음을 자리한 것은 아이가 배워갈 거라는 믿음이었습니다. 경험은 무언가를 남깁니다. 아이가 조금의 상처가 되거나 기분 나쁜 경험일 수는 있지만 그런 경험이 다음 상황에서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알게 하는 중요한 거름이 될 거라는 믿음입니다. 그래서 아이 스스로 뭔가를 느낄 거라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어느 순간 아이를 보니 자기만의 스타일로 대처를 하고 있더라고요.


저도 엄마가 처음이라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습니다. 다른 사람보다 조금 무딘 성격이라 기다렸을 뿐이지 오은영 박사님처럼 확신을 가지고 대처를 하지는 못했습니다. 하지만 아이를 통해 다시 확인하고 배웠습니다. 


아이는 경험하지 않아서 모를 수 있다.

경험해보면 아이는 반드시 성장한다.


그리고 제 아이는 탐색기가 있는 아이입니다.

새로운 환경에 갔을 때 바로 어울려 놀기보다는

주변을 유심히 살펴본 뒤 행동합니다.

아이가 혼자 살피고 있는 모습을 보면서 

어울리지 못하는 건 아닌지 걱정할 때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 시기가 지나면 잘 어울리는 것을 보아왔기에

그런 경험을 많이 주어 탐색기를 잘 보낼 수 있게 해야겠다고 생각했고

시간 날 때마다, 퇴근 후에 놀이터에서 긴 시간을 보냈습니다.

아이는 그 시간 동안 많이 달라졌습니다.

엄마의 직접적인 도움은 없었습니다. 다만 혼자 경험할 기회와 시간이 많았을 뿐입니다.




제 경험을 어머니에게 말씀드렸습니다.


외동은 형제자매가 있는 아이들보다 경험이 부족하고 
그 경험을 채워주면 달라질 수 있다.
아이는 성장하는 과정이고 완벽할 수 없습니다.
경험하고 부딪혀볼 기회를 많이 주면 반드시 변합니다.


제가 외동인 제 아이를 보니 그렇더라는 말씀을 드리자

그제야 어머님의 목소리에 희망이 생기는 것이 느껴졌습니다.

우리가 누군가와 상담을 하는 것이 꼭 정확한 진단을 위한 것은 아니잖아요.

공감을 해주고 마음의 위로와 희망이 될 때 더 좋은 시간일 수 있습니다.

이 어머니와 대화를 하면서 외동아이를 키우면서 사회성에 대해 고민하는

엄마의 마음에 깊이 공감이 되었고 

저의 경험이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는 것에 감사했습니다.


우리는 꼭 기억해야 합니다.

어린이는 성장의 과정에 있고 완벽하지 않다는 사실을 말입니다.

아이들이 배워갈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주는 것이 주변 어른의 몫입니다.

아이가 부족하다고 느낀다면 아이가 부족해서가 아니라 조건이 충족되지 않아서라고 생각해야 합니다.

아이는 못하는 것이 아니라 모르는 것일 때가 많습니다.

어른에게도 어려운 것을 아이에게 기대하는 것은 

아이가 성장의 과정에 있는 것이 아니라 결과물이라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아이가 성장의 출발선, 혹은 성장의 과정 속에 있다는 것을 잊지 맙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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