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그렇게도 좋냐?
조금은 변덕스러운 날씨가 이어지고 있지만 그럼에도 점점 봄이 가까워지고 있는 걸 느낀다. '온도와 바퀴벌레의 상관관계'에 대한 글을 쓴 적 있다. 한 마디로 온도가 높아질수록 바퀴벌레 활동량이 늘고 개체수가 많아진다는 것. 이 내용을 반대로 생각해보면 해충이 본격적으로 활동하기 시작한다는 것은 봄이 오고 있다는 신호 아닐까?
해충 문의 변화
겨우내 가장 많았던 쥐에 대한 문의가 점차 줄더니 집에서 자주 나타나는 대표적인 벌레, 화랑곡나방과 권연벌레에 대한 퇴치 문의가 늘어나고 있다. 거기에 외부에서 유입되는 좀 벌레나 애알락수시렁이 등 각종 기어 다는 벌레와 사시사철 나타나는 바퀴벌레에 대한 문의가 눈에 띄게 증가하기 시작했다.
판매 제품 변화
봄과 3월은 뭔가를 새롭게 시작하기 좋은 시기인 만큼 대청소와 이사를 빼놓을 수 없다. 그래서인지 실내 셀프 방역에 필요한 제품의 판매가 점차 늘어나는 중이다. 각종 보행 해충에 전천후로 사용할 수 있는 살충제인 '페스트세븐가드', 별도의 전문장비 없이도 훈증 방역이 가능한 '페스트세븐 케이오', 기나긴 월동을 끝내고 활동하기 시작한 해충의 실내 유입을 맞는 야외 전용 살충제 '페스트세븐 제로버그'등의 판매가 증가하기 시작한 것. 방역 회사 직원으로서 작은 팁을 보내자면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라는 옛 속담처럼 집 안이 해충의 소굴이 되고 난 뒤에 없애려고 애쓰기보다는 세븐가드와 제로버그 같은 살충제로 미리 들어오는 것을 막는 게 우선이다. 그럼에도 벌레라는 게 참 내 맘 같지 않아서 창문 틈으로 기어들어오거나 날아들어올 수 있고, 집 안에 들인 물건이나 음식물에 숨어있다 활동하는 경우도 많으니 시의적절한 대응 또한 필수다.
마케터에게 봄은 추운 겨울 동안 움츠러들었던 고객의 소비 욕망을 일깨우고 새로운 시작에 맞춰 다양한 재화와 서비스를 제안해볼 수 있는 시기다. 물론 절대적인 법칙은 아니다. 아무래도 초등학교부터 대학교까지 심지어는 유치원과 어린이집까지 모든 교육 기관의 입학식이 모여있는 데다가 무언가 변화를 주고 싶어 지는 시기가 겨울에서 봄으로 넘어가는 '변곡점'이다 보니 이런 암묵적인 소비 촉진 시즌이 만들어진 게 아닐까 싶다. 하지만 작년에 이어 올해 봄은 시장에서 느껴지는 활기가 이전만 못 하다. 아무리 백신 접종으로 인한 기대감에 지갑이 열리기 시작했다고 해도 소비 심리가 완전히 회복되기까지는 갈 길이 멀다.
따뜻한 봄 볕에 여기저기 쏘다니며 가벼운 지갑을 더 가볍게 만드는 것이야말로 봄의 참 맛인데, 소비자로서 그리고 마케터로서 매년 이맘때면 늘 찾아오던 봄 마케팅이 사뭇 어색해져 버린 지금에서야 알아차렸다. 봄이 뭐 그리 대수 나며, 새롭게 시작하라고 마음을 흔드는 것도 전부 상술이라며 냉소적 인척 했지만 이제 와 3월의 소란스러움이 그립다. 몰랐는데 나... 봄 그거 많이 좋아했네.
회사 주변에도 봄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이번 겨울 유독 많이 내린 눈으로 빙판길이 사라질새 없던 동산동에, 말라비틀어진 잔디뿐이던 주변 공원과 산책길에 조금씩 생기가 느껴지고 있다. 게다가 회사 건물 뒤편을 따라 흐르는 작은 하천 주변에 겨우 내 보이던 청둥오리가 그새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물론 나 몰래 숨어버린 게 아니라 때가 되어 떠난 거겠지만! 사실 같은 팀 조이님에게는 '오리 엄마'(출퇴근길 할 것 없이 오리를 만날 때마다 사진을 찍어서)라는 숨겨진 별명이 있는데 어쩐지 요새 청둥오리 아가들이 보이지 않아 서운했다는 오리 엄마의 여담을 전하며 다섯 번째 주간 페스트세븐은 이만 줄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