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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지영 Apr 28. 2024

첫 중학교를 가던 날의 느낌

중학교 입학식

첫째가 기록해 둔 글을 하나씩 업로드 예정입니다. 지금 2학년이 된 아이는 첫 중간고사도 끝나고 잘 지내고 있어요.

엄마의 브런치공간에 아이의 기록을 소상히 남겨봅니다. 많은 응원 부탁드립니다.




기다리고 기다리던 중학교 첫날이 왔다.

솔직히 말해서 나는 그날 아침 내가 어땠는지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엄마 말씀으로는 내가 긴장 반 설렘 반인 표정을 짓고 있었다고 한다.


등교하는 길 중 가장 신기하고 웃긴 것은 걸어서 학교를 가는 것이 아니라 엄마 차를 타고 학교를 갔다는 점이었다.


그 점은 계속해도 적응하지 못할 것 같았지만, 엄마랑 다니는 게 재밌을 거라는 것 하나는 확신할 수 있었다.


엄마는 나의 긴장을 풀어주기 위해서 내가 좋아하는 노래를 틀어주었고, 나는 기대에 가득 찬 마음으로 학교 땅을 밟았다.


처음으로 교복을 입었던지라 조금 어색하기도 했지만, 뭔가 교복을 입은 내 모습이 더욱더 성숙하고 신기해 보였다.



교실에 들어갔을 때 나 말고 사람이 몇몇 없었다. 그래서 나는 지정석에 앉아 얼어 있었다(원래 나는 매우 활발하고 밝고 외향적인 사람인데, 선택적으로 내성적일 때가 있다).

시간이 지나자 새로운 반 친구들이 몰려들어오기 시작했고, 나는 한 명 한 명을 눈여겨보았다.


머리가 고슴도치처럼 삐죽삐죽 짧은 친구, 소심하고 조용한 친구, 앞머리가 너무 길어 눈을 가리다시피 하는 친구. 각자 지정된 자리에 앉았을 때 내 앞과 뒤, 옆에는 처음 보는 친구들이 수두룩했다.


내가 아는 사람은 같은 초등학교를 졸업한 남자아이 딱 한 명밖에 없었고, 다른 친구들은 다 서로를 어느 정도 알고 있는 듯했다.


조금 소외감이 느껴지기도 했지만, 친구들에 대해서는 딱히 걱정하지 않았다.


첫 과목 시간에는 자기소개를 했는데, 나는 우리 반 친구들이 모두 개성 있고 재밌는 아이들이라는 생각을 했다.


나처럼 책 읽는 걸 좋아하는 친구, 베이킹을 좋아하는 친구, 주짓수를 배운다는 친구 등 우리 반 친구들은 다양한 관심사와 재능을 가지고 있었다.


나는 한 명 한 명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고, 자기소개 시간 동안 웃음기가 내 얼굴을 떠나지 않았다.


내 차례가 왔을 때, 나는 교탁으로 나가 내 이름, 초등학교, 좋아하고 잘하는 것 등을 소개했고, 친구들이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경청해 주었다.


선생님께서 영어로 자기소개를 요청하셨을 때 나는 부끄러웠지만 자신 있게 몇 문장을 이야기했고, 친구들이 좋게 반응해 주었다.


그것이 1학년으로서 나의 첫 사회적 활동이었던 것 같다.


중학교 첫날 내가 가장 인상 깊었던 점이자 초등학교와 가장 차이가 큰 점은 교과목마다 선생님이 다르다는 점이다.


초등학교에서는 담임선생님이 많은 과목을 가르치셨고, 전담선생님은 한두 명밖에 없었다.


하지만, 중학교에서는 각 교시마다 새로운 선생님이 들어오셨고, 나는 그 부분이 정말 새롭고 신기하게 느껴졌던 것 같다.


선생님들의 성격, 태도, 교육방식 등도 모두 달라서 더 지루하지 않았다.


한 분께서는 다정하시고 꼼꼼하게 칠판에 적으며 가르치셨고, 한 분은 날카로우시고 인터넷 매체를 통해 가르치셨다.


우리 담임 선생님께서는 처음으로 교실에 들어오셨을 때 매의 눈으로 우리를 훑어보셨고, 나는 특이한 짜릿함을 느꼈다. ‘


이 선생님께서는 뭔가 깔끔하고 질서 있는 것을 좋아할 것 같아’ 하고 생각했고, 첫 달은 선생님께서 좋아하실 것 같은 모습을 보이려고 노력했던 것 같다.


처음에는 담임 선생님이 약간 무서웠지만, 지금 생각해 보니 학생 한 명 한 명을 걱정하고 고려하시는 것을 보아 선생님께서 학생을 아끼는 마음이 크셨던 것 같다.


첫날 6교시를 마치고 후문에서 엄마 차를 탔을 때 나는 바로 엄마와 수다를 떨기 시작했다.


“오늘 이런 일이 있었는데 말이야! 친구들은 다 너무 좋고, 선생님들은 아직 잘 모르겠지만…”


이렇게 왁자지껄하게 이야기를 늘어놓을 때 엄마는 운전을 하시면서 잘 들어주셨다.


일주일에 다섯 번씩 3년 동안 이것을 반복할 생각을 하니 미소가 절로 지어지면서 기대가 되었다.

23년 3월2일은 행복한 중학교 첫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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