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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지영 Apr 29. 2024

중1 학급임원 도전

딸의 에세이


중학교 생활에 조금 적응하고 나니 학급임원 선거 공고가 났다.

 물론 나는 당연히 고민을 하고 있었다.

초등학교에서는 학급임원이 하는 일이 많이 없었지만, 중학교에서는 어떻게 다를지 모르니까 섣불리 행동하면 안 될 것 같았기 때문이다.


학교에 가보니 임원 욕심이 있는 친구 몇 명을 쉽게 찾을 수 있었다. 회장 후보는 두 명, 부회장 후보는 한 명이었다.‘

어? 부회장 후보가 한 명밖에 없나? 흠… 무투표 당선이 되게 할 수는 없지!


나도 도전해 보는 거야!’ 나는 이런 야심 찬 생각을 하고 부회장 후보로 출마하기로 결심했다.


그 주 주말 동안 나는 선거 포스터를 어떻게 만들어야 친구들의 눈길을 끌을 수 있을지 깊게 고민하며 포스터 만들기에 정신을 전념하였다.


공약은 최대한 친구들이 좋아할 만한 것으로 정했고, 어떻게 실천해야 할지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도 어느 정도 잡아놓은 상태였다.


초등학교 때 학급임원을 많이 해본 경험이 있어서 그런지 이번에도 부회장이 될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었다.


그다음 주에 학교에 가서 포스터를 교실 뒤의 게시판에 달았을 때 멀리서 보았을 때도 선명하게 잘 보이고 공약도 매우 잘 정한 듯해서 뿌듯했던 기억이 난다.


선거 전까지 나는 친구들의 신뢰를 얻기 위해 수업시간에 발표도 열심히 하고, 최대한 솔선수범한 모습을 보이려고 노력했다.


나는 성별 관계없이 다 두루두루 어울리는 것을 선호하기 때문에 여자 친구들은 물론, 남자 친구들과도 조금씩 더 친해지기 시작했다.


생각보다 친구들의 기대에 차는 행동을 하는 것이 쉬웠고, 영어숙제를 도와주거나 칭찬을 해주면서 반 친구들과의 좋은 관계를 형성할 수 있었다.


드디어 선거날에 다다랐을 때, 나는 학기 첫날보다 더 긴장한 상태였다. ‘초등학교 때부터 몇 번을 했는데도 왜 이렇게 떨리지?’


중학생으로서 처음으로 만나는 친구들에게 나의 능력을 인정받아야 하는 상황이니 떨리는 게 당연했지만, 나는 그것을 알아차리지 못했다.


하지만, 1분 선거 연설문도 적었고, 웬만한 것은 다 준비되었으니 원래처럼 등굣길에 나섰다.


회장 선거가 끝나고 부회장 선거가 시작되었을 때 나는 교탁 앞에 서서 연설을 준비했다.


나는 모든 학생들의 시선이 나를 바라보는 것을 느꼈고, 말을 시작하기 전에 몇 번이나 마른침을 삼켰다.


나는 부회장이 된다면 지킬 10가지 공약을 나열하여 이야기했고, 대부분의 학생들이 내 공약에 만족하는 듯한 표정이었다.


특히, 내가 꼭 하고 싶었던 단체사진 공약이 반응이 확실히 좋았고, 내 아이디어가 친구들의 호응을 불러일으키는 데 성공을 거뒀다는 걸 바로 알았다.


다른 후보였던 남자아이가 발표를 끝나고 투표를 시작했을 때 교실은 너무나도 조용했다.


심장이 너무 쿵쾅거려서 옆에 있는 친구들이 다 들을 수 있을 것만 같았고, 나는 심호흡을 하며 친구들이 결정을 내릴 때까지 기다렸다.


개표가 시작되자 다른 친구들은 더 많은 열정과 흥분을 더하기 위해 책상을 두드리기 시작했고, 나는 내가 처한 상황이 너무 웃기다가도 너무 긴장되었다.


선생님께서 하나하나씩 표에서 이름을 읽었고, 나는 감사하게도 압도적인 24 대 7로 부회장으로 당선되었다.


그 순간 정말 이 학교에 온 것, 이 반에 배정된 것, 이 친구들을 만나게 된 것. 모든 것이 너무 고맙고 황홀했고, 친구들이 옆에서 나를 축하해 주어서 더 행복했다.


나는 소감과 다짐을 말하기 위해 다시 한번 행복해서 떨리는 몸을 이끌어 교탁에 섰다. “저를 믿고 이런 기회를 주신 친구들에게 고맙다는 말을 하고 싶습니다. 좋은 부회장이 되어 여러분들을 많이 도와주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솔직히 그 상황이 너무 꿈만 같고 혼란스러워서 정확히 무슨 말을 했는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이것과 거의 비슷했던 것 같다.


부회장으로 처음 일을 한 날은 내가 학급부회장이 된 그날이었다.


선생님께서는 나와 회장에게 교실에서 우리의 역할과 친구들이 잘 적응할 수 있는 더 나은 교실환경을 만들기 위해 우리가 해야 할 일에 대해 말씀해 주셨다.


이것이 중학교는 초등학교와 확연히 다르다고 느꼈던 부분이다. 확실히 해야 할 것도 많고, 배울 것은 더더욱 많다는 점. 부회장으로서 친구들을 이끌고 목소리를 높이는 것이 힘들 때도 있더라도, 모든 것을 통해 내가 배우는 게 있다면 이건 내게 정말 좋은 기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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